우메다 모치오의 <웹 진화론>
<웹 진화론>은 오늘날 ‘웹2.0’이라는 최신 동향 아래 인터넷의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 우메다 모치오는 실리콘밸리에서 10여 년간 근무한 경험과 낙관주의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이를 살펴본다.
처음 책을 펼치면 늘 그렇듯 나오는 게 다소 '뻔한 추천의 글'이다. 하지만 <웹 진화론>의 경우 이 부분부터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일단 국내 IT 업계의 대표주자 세 사람이 쓴 것이니 한 번 읽게 되고 기대감을 높인다. 그런데 책을 덮기 전 다시 앞으로 돌아와 한 번 더 읽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앞에서 읽었던 추천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 사람부터 우메다 모치오의 이야기에 진정 공감했다는 방증일 터이다.
아마존과 구글의 성공사례로 본 웹2.0
먼저 저자는 인터넷이 진화하는 과정을 인터넷검색업체 구글과 인터넷도서업체 아마존의 성공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아마존과 구글은 ‘불특정 다수가 능동적인 표현자라는 낙관 아래 이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기술과 서비스 개발 철학', 즉 웹2.0을 실현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예컨대 초기 누구도 성공하리라 믿지 않았던 아마존은 독창적인 리뷰와 추천 기능을 선보여, 반스 앤드 노블스에서는 찾을 수 없는 먼지 쌓인 책들로 '전체 판매도서의 3분의 1'을 달성했다. 또 야후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에 맞선 구글은 무료등록서비스 '애드센스'를 통해 무수히 많은 웹사이트의 내용을 자동으로 평가해, 각 내용에 적합한 광고를 배치해주는 저비용 인프라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이것이 바로 웹2.0 시대에 공룡의 머리가 아닌 꼬리에서 기회를 포착한, 이른바 ‘롱 테일(긴 꼬리) 전략’이다.
저자는 블로그를 미워하는 미디어 기득권층에 대해서도 통찰한다. 기존의 미디어에서는 특권을 누리는 소수만이 정보를 발신하고 다수가 이를 수신하는 구조였지만 그러한 소수의 특권은 '치프혁명(IT 기기의 성능이 향상되지만 가격은 내려가는 현상)'의 기반 아래 블로그가 탄생하며 보편화했고, 때문에 다수가 정보를 발신하고 다시 다수가 이를 수신하는 구조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블로그로 대표되는 이러한 구조를 '총표현사회'라고 명명한다. 저자는 기존의 미디어 기득권층이 이러한 특권을 잃었기 때문에 블로그를 미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디어 기득권층은 "블로그의 글은 대부분 쓰레기"라며 블로그에서 생산된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지도 않을뿐더러,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려고 든다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들의 존립 기반이 불안정해졌으니 밥벌이 걱정에 블로그의 영향력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후반부에 던지는 질문, 새로운 세대에게 남기는 고민
"IT와 인터넷의 발달이 장기의 세계에 일으킨 최대 변화는 '장기의 실력 향상'이라는 목적지로 가는 고속도로가 개설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고속도로의 종점 부근에는 엄청난 정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IT와 인터넷의 발달이 장기의 세계에 일으킨 최대 변화는 '장기의 실력 향상'이라는 목적지로 가는 고속도로가 개설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고속도로의 종점 부근에는 엄청난 정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진화를 설명하는 내내 낙관적이던 저자도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일본 장기의 명인 하부 요시하루가 그에게 말한 '고속도로론'을 들어 질문을 던진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각 분야에서 일정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덕분에 고속도로 종점까지는 달려갈 수 있다. 그렇게 학습의 고속도로가 건설되어 전체적인 수준은 높아지지만, 정작 달려간 종점 부근엔 정체가 심해서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려면 전혀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그들이 고속도로 종점까지 달려오며 여태까지 얻은 능력은 하찮은 게 돼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번에 고속도로 종점까지 달려온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방식의 삶을 살아야 할까. 저자는 책의 끄트머리에서 새로운 세대에게 무거운 고민을 남긴다.
후기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IT 관련 정보 습득이야말로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지름길이고, 이에 새로운 개념이 제시될 때마다 정보습득수단으로 IT 관련 도서를 찾는다. 하지만 정작 IT 관련 전문용어가 많고, 외국의 사례가 대부분이다 보니 좀처럼 쉬이 읽을 수 없고 이해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내에도 웹2.0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관련도서 또한 많이 나왔지만, 역시 어려운 전문용어가 넘치고 적절한 사례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웹 진화론>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충실하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11월10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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