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08/05 시간도 고통을 줄여줄 뿐 상처를 아물게 하진 못한다 (4)
  2. 2007/07/19 지음의 부재, 그 외로움

시간도 고통을 줄여줄 뿐 상처를 아물게 하진 못한다

d i a r y 2007/08/05 23:44 posted by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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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원

 
몇 해 전, 머릿속에 불쑥 주인 모를 번호 하나가 스쳤다. 입에 익은 번호였지만 정작 내 휴대전화엔 없는 번호였다. 한참 동안 머리를 쥐어짠 끝에 나는 간신히 누구를 떠올렸고, 이내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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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이미지


그 번호의 주인은 실제로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열여덟 살 어느 여름날부터는. 그 번호는 내가 함께 간 계곡에서 잃은 친구 ‘땅땅’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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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원


우리는 모처럼 여름방학을 맞아 가까운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었다. 말이 물놀이지 바리바리 싸 간 건 술과 안주 따위였고, 치기 어린 술판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아니나 다를까 뙤약볕이 내리쬐는 바위 위에서 안주는 먹는 둥 마는 둥 마신 술에 하나둘 거나하게 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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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진성


의미 없는 대화가 사뭇 진지하게 이어지고 있는데, 별안간 바위 아래서 풍덩하는 소리가 들렸다. 땅땅이 미끄러져 물에 빠진 것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나와 친구는 연이어 물속으로 몸을 던졌지만, 허우적거리긴 마찬가지였다. 다 같이 죽음의 문턱으로 다다르는 듯했던 그때, 마침 근처에 있던 청년들이 뛰어들어 우리를 뭍으로 건져냈다. 하지만 이미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췄던 땅땅은 다시 숨을 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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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원

 
어느덧 7년여가 흘러  녀석을 배웅한 그곳도 춘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소가 됐다. 나 또한 샛노란 염색머리의 고등학생에서 벌써 머리숱에 고민하는 취업준비생으로 변했다. 그런데 하루키의 소설 속 구절처럼 ‘죽은 자만이 언제나 열여덟’이다. 


ⓒ 이덕원

 
누군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했다. 다른 이는 가슴 속 한구석에 묻어 두고 살아 가는 거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제 와 확실해진 건 시간도 고통을 줄여줄 뿐 상처를 아물게 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관련 글] 지음의 부재, 그 '외로움'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7년 6월2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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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를 건네주었다.PM : 다섯명의 프로그래머를

지음의 부재, 그 외로움

d i a r y 2007/07/19 20:56 posted by 곱씹다
지음[知音] :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이르는 말.


지음.
지기지우(知己之友)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의 고사(故事)에서 비롯된 말이다. 


백아가 거문고를 들고 높은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으로 이것을 타면 종자기는 옆에서, "참으로 근사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산이 눈앞에 나타나 있구나"라고 말했다. 또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는 "기가 막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눈앞을 지나가는 것 같구나" 하고 감탄했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은 다음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세상에 다시는 자기 거문고 소리를 들려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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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포스터. ⓒ 스폰지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 마음속 깊은 곳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 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을 '함께' 하는 사람이 바로 지음이다.

내게는 과분할 만큼 많은 친구가 있다. 그럼에도, 정작 그 중에 지음은 없다. 가슴 아리는 사랑을 나눈 연인도 있었다. 하지만 남이 된 그녀는 지음이 아니었나 보다.

지음의 부재. 이 지음의 부재는 늘 ‘땅땅’이 그립게 한다. 그리고 땅땅의 부재는 다시 나를 외롭게 한다.


문득, 얼마 전 본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서 주인공 마츠코의 ‘독백’이 떠오른다.

"다녀왔습니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7년 2월13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