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1과 7의 늘씬한 맵시가 좋았을 뿐이다. 표현을 하자면 “처음 보았지만 처음 본 것 같지 않은 풍경, 마치 이베리아 반도의 탱고를 추는 여인, 하지만 그 여인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나도. 가령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미명 아래 저마다 몸매대로 숫자를 지정받는 파시즘 국가에서라면, 결코 내 몫으로 돌아올 리 없는 좌석이었다. 아마도 그곳에선 쌀보리 게임에 최적화된 내 배를 적발하고는 ‘5호차 55석’쯤에 내던질 터이다. 그것도 아주 쿨하게. 그러니 주어진 현실에 기꺼웠을밖에. 복고적인 시절은 하잘것없는 일도 은혜롭게 하는 마력을 지닌 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열차는 예의 존재 이유에 충실해 나를 비롯한 승객들을 청량리역에 토해 놨고, 이에 질세라 나도 상경 목적에 충실하게 입사 면접을 봤다. 면접장에 간 건지 찜질방에 간 건지 나는 긴장한 탓에 족히 한 바가지의 육수를 손바닥으로 쏟아냈다. 아닌 게 아니라 몇 번의 면접이면 파시즘 국가에서 1호차 7석에 앉는 일 정도는 문제도 아닐 것 같았다. 한 시간짜리 모래시계도 열차와 나처럼 충실히 흘라갔고, 나는 오줌을 지리지 않았으니 썩 나쁘지 않은 면접이었다고 자위하며 다시 청량리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떠나려 하는데 이게 웬걸, 좌석을 확인하고자 본 차표엔 친숙한 탱고 여인이 있었다. 화들짝 놀라 오전의 것이 아닌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봤다. 하지만 차표에 똬리를 틀고 있는 건 분명히 하행선의 일란성 쌍둥이였다. TV 시리즈 <트윈 픽스>의 데일 쿠퍼가 좋아할 만한, 그야말로 기묘한 우연의 일치였다.
춘천 가는 기차에 올라 한날 왕복으로 같은 좌석, 그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좌석의 차표를 우연히 받을 확률을 계산하려 했다. 그러나 영역 밖의 일은 역시 수학과 친구에게 의뢰하기로 하고 이내 관뒀다. 대신 나는 이쯤 되면 순순히 길조로 받아들이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하며 쾌재를 불렀다.
그로부터 며칠 뒤, 나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면접을 치렀던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말인즉 몸을 싣고 꿈도 싣고 내 마음 모두 실었건만, 정작 내 자리는 없다는 내용. 입석으로라도 어떻게 안 되겠느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걸 간신히 참아야 했다. 기어이 7이라는 녀석이 내 행운의 숫자로 등재되길 거부하고 만 것이다. 결국 다음엔 ‘1호차 11석’을 노려야겠다, 고 마음먹다 이내 중요한 건 마음이겠지, 하는 마음을 나는 또 먹었다. 우걱우걱.
이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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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을 것입니다.
프로그래머 :
건설워커
설계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소?
일년이 걸릴 것입니다.
PM
스포츠서울21관리자(PM)가 프로그래머를 만나 새 애플리케이션의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