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8/09/02 돈과 사랑, 그 '달콤'한 욕망의 다른 빛깔 (2)
  2. 2007/07/18 "이젠 더 이상 살 희망이 없다···" (1)

돈과 사랑, 그 '달콤'한 욕망의 다른 빛깔

r e v i e w 2008/09/02 20:43 posted by 곱씹다

고층 빌딩 위에서 굽어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어둑한 거리의 한 지점에 살며시 닿는다. 뒤이어 다가간 그곳에서는 자살한 한 남자의 흔적이 ‘깨끗이’ 씻기고 있다. MBC 드라마 <달콤한 인생>은 첫 회부터 주인공 준수(이동욱)의 추락사를 밝히면서 시작한다. 자연스레 나머지 내용은 6개월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자살하기까지 그의 삶이다. “세상에 정말 사랑 같은 게 있는 걸까? 목숨을 걸고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순수한 사랑.” 요컨대 그에게 그 기간은 자신이 던졌던 물음에 대한 답을 체득한, ‘유일’한 시간이었다. 


돈에서 비롯된 ‘미스터리’를 장애물로 세워 빛내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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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은 공통적으로 ‘달콤’한 욕망의 대상인 돈과 사랑의 전혀 다른 빛깔을 다룬다. 물론 이는 멜로드라마에서 한 몸처럼 자주 쓰이는 소재다. 욕망의 갈림길 앞에 선 인물이야말로 인간의 본성과 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멜로드라마에서 “사랑이 밥 먹여 주냐”는 현실론과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리도 좋더냐”는 이상론의 갈등은 불가피할 터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익숙한 소재를 다루되, 낯선 방식을 택한다. 통속적인 양자택일 구도를 전면에 설정하기보다는, 돈에서 비롯된 ‘미스터리’를 장애물로 세워 사랑의 가치를 빛내는 식이다. 그래서 미스터리를 제외하면 언뜻 르네 끌레망의 <태양은 가득히>가 비치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는 돈보다 ‘사랑’에 방점을 찍는다. 

미스터리는 친구 성구(정겨운)의 ‘추락사’와 준수의 연관성 여부다. 준수는 성구의 온갖 멸시에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돈 때문에 뒤치다꺼리를 하며 기생하던 존재. 그가 수상한 건 함께 간 오타루의 설산에서 성구가 죽었는데도, 사실을 숨긴 채 친구의 부를 대신 누린다는 점이다. 덕분에 표면적으로는 성구가 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엔 시나브로 조여 오는 죄책감에 성구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그는 성구의 시체를 찾으러 다시 북해도로 향하고 여기서 우연히 ‘멜로’가 시작된다. 심지어 상대는 친구 다애와 불륜 관계인 동원(정보석)의 아내 혜진(오연수). 산산이 부서질 것 같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유일한 끈”으로 여기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다. 그는 처음으로 간절히 살고 싶어지지만, 자신을 의심하는 성구의 아버지 강 회장(조경환)으로 인해 여의치 않은 것이다.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 ‘깨끗’해지기 위한 선택 

 

그렇다한들, 종국에 준수는 자살을 택해야만 했을까? 아닌 게 아니라 사실만 놓고 봤을 때 그는 충분히 살길을 찾을 수 있었다. 마땅한 증거도 없었을뿐더러, 성구의 추락사를 조사한 퇴직 형사 박병식(백일섭)도 결과적으로는 되레 그의 결백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범죄 여부를 떠나 혜진과 도피를 시도하거나, 하물며 죽였더라도 자수해서 광명을 찾는 방법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준수는 기어이 자살을 택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극중 가장 흥미로운 관계인 준수와 다애 사이에서 찾을 수 있다. 명품으로 남에게 뽐내는 낙에 사는 다애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동원의 돈에 길들여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물. 이런 다애에 대한 준수의 마음은 악어새가 악어새를 보는 연민이다. 무의미한 욕망의 덫에 걸려 정작 유의미한 욕망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준수는, 다애에게 자신처럼 되기 전에 다시 시작하라고 충고한다. 이에 “사람도 빨래처럼 깨끗이 빨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다애의 푸념은 그의 것이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준수의 범죄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실 밖의 진실은 준수가 열등감에 성구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결과적으로 성구의 손을 놓았다고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준수가 돈이라는 무의미한 욕망으로 상징되는 성구, 즉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생의 소멸’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전반적으로 인물들을 관조하는 듯했던 카메라는 준수를 채근하기 시작한다. 첫 회의 첫 숏이었던 ‘부감숏’이 드라마 후반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다. 준수 또한 고층 빌딩의 초고층 오피스텔 아래로 화분과 휴대전화를 던지고, 급기야는 몸까지 던지고 만다. 여기서 부감숏은 돈으로 쌓아올린 욕망의 탑 위에서 불안하게 서 있는 준수에 대한 메타포일 터이다. 마침내 준수는 제자리로 돌아감으로써, 또 마찬가지로 하강하는 빗줄기와 물줄기를 씻김으로써 비로소 깨끗해지는 것이다. 
 

문학적 드라마의 참신함, 플래시백의 과용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았던 문학적 드라마 <달콤한 인생>의 시도는 일정 부분 유효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더라도 마니아층을 뚜렷하게 형성한 덕분이다. 이는 도저한 서사성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함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문어체 대사와 내레이션 그리고 의식의 흐름 같은 문학적 특징은 드라마와의 간극을 보인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미스터리 플롯이라곤 해도 시점은 지나치게 혼란스러웠다.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뒤 다시 인물들의 플래시백이 번갈아 뒤섞이는 탓이다. 인물의 시점에 따르는 덕에 감정을 충실히 뽑아내는 건 분명하지만, 많은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좀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왜 자꾸 선을 그으려고 하세요. 여기서 여기까지는 여기고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있었던 일은 그저 과거의 한 지점이고, 뭐 그런 식으로 선을 그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지금 감정에 충실하면 안돼요?” 그래서 혜진에게 던진 준수의 대사는 이 드라마의 소박한 바람처럼 들린다.


<달콤한 인생>을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먹먹했던 건, 우리가 살아가는 드라마 밖 세상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준수의 대사대로 “온 세상이 싸구려 욕망으로 넘쳐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준수의 물음에 답하는 다애의 대사를 빌려 희망의 손짓을 한다. “그런 걸 왜 세상에서 구해? 그런 건 네 마음속에 있는 거라고.”


이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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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이 걸릴 것입니다.
    PM

"이젠 더 이상 살 희망이 없다···"

s k e t c h 2007/07/18 03:21 posted by 곱씹다

전국백수연대 커뮤니티에 한 달새 10여 개··· 운영진 긴급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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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전국백수연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백수회관은 9,900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에게 긴급한 전체메일을 보냈다.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지난 6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인터넷 카페 '백수회관(cafe.daum.net/backsuhall)'은 회원들에게 긴급 전체메일을 보냈다. 20, 30대 청년실업자 모임 전국백수연대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백수회관' 익명게시판 '나의 백수일기'에 지난 한 달여 동안만 10여 개의 자살 관련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xx 말자(자살이라는 말 대신 XX라고 표현)'는 제목으로 보내진 메일에는 "운영진들이 온라인쪽지나 이메일, 휴대전화를 통해 자살을 생각하는 회원들을 상담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젠 더 이상 살 희망이 없다…"


"더 이상 살 여유도 없다. 어차피 내일까지 돈은 빌릴 수가 없어 보인다. 내일이면 돈 내라고 전화가 무지 오겠지.

아! 그렇지 않아도 살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다.

오늘 난 잠적하러 머나먼 길을 떠나려 한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돈 때문에 무릎 꿇는 못난 나 자신이 너무 싫어… 다들 안녕히…"

지난달 29일, '나의 백수일기'에 올라온 '이젠 더 이상 살 희망이 없다'는 제목의 글 중 일부다. 스물여덟 살 백수라는 그는 "내일까지 이번 달(11월) 세금 월세 총 40만 원이 필요한데 점점 불안해진다"며 이렇게 털어놨다.


또 지난 5일 올라온 '올해가 가기 전에 죽을까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회원들을 놀라게 했다. 글쓴이가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편히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극단적인 행동을 준비하고 있음을 비췄기 때문이다. 그는 "팔을 다친 관계로 막일도 하지 못하는 입장"이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옆에서 위로해 줄 누군가가 있다면 자살까지 결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최근 자살사이트 또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자살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심지어 동반자살을 하는 일들이 잇따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자살 관련 글들을 실업자들이 삶의 모퉁이에서 던지는 악다구니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이외에도 '면접시험을 볼 때마다 떨어지고 되는 게 없어 정말로 죽고 싶다', '죽으러 가는 길'이라는 내용의 글들도 올라왔다.


'자살'이 아닌 '살자'가 되길, 회원들 격려 뒤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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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백수연대는 지난 8월 서울시로부터 정식 NGO(비정부기구)로 등록됐다.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이런 자살 관련 글에 대해 백수회관 커뮤니티 회원들의 우려와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제발 희망의 끈을 놓지 마라."

"33살에 아무것도 없는 나도 산다."

"'자살'을 반대로 하면 '살자', 희망을 가지라."

또 일부 회원들은 자신의 이메일, 메신저 주소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며 "친구가 돼 주겠다", "소주 한잔하며 대화를 나누자"고 다독이기도 했다.

물론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도전하라"는 따끔한 충고를 하는 회원들도 있다. 한 회원은 "방 안에 앉아 생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결론이 자살밖에 안 나오는 것"이라며 "눈만 조금 낮춰 음식배달 신문배달이라도 해, 행동으로 하나씩 해결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 6일, 운영자의 글까지 올라오게 된 것. 부운영자는 '백수일기방에 죽음을 맞이하시는 분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자살을 생각하는 회원들을 격려하면서, 운영진과 자신에게 온라인쪽지나 이메일, 휴대전화로 상담하자고 제안했다.

'뛰는 집값' 보면 언제 집 사고 결혼할지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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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백수연대는 실업극복국민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5월부터 ‘희망청(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전국백수연대 대표이자, 희망청(청년실업네크워킹센터, www.hamkke.or.kr) 초대청장인 주덕환(남, 38)씨는 "전에도 (자살 관련 글이) 올라오긴 했지만 최근 더 늘었다"며 "운영자들이 의논 끝에 부운영자의 제안대로 (온라인)쪽지, 이메일, 전화를 열어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운영진들에게 이메일을 통한 고민상담이 꽤 오고 있다고 전했다.

주씨는 최근 자살 관련 글들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노력해도 취업 상황이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직접 느끼는 실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부동산 투기를 보면 (실업자들은) 좌절한다"며 "(실업자들은) 언제 집 사고 결혼할 것인지 막막할 뿐"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불안하기만 한 정치, 경제상황 때문에 실업자들이 희망을 품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주씨는 자살을 생각하는 실업자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하고, 주위에 한 명에게라도 자기 고민을 얘기해 보라"며 "만약 그럴 사람이 없다면 희망청으로 전화나 메일을 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업자들을 위한 더욱 효과적인 사회적 시스템이 하루빨리 갖춰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12월10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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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취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