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8/07/28 ‘셀프 삭발’의 정수, <온에어> (2)
  2. 2007/07/12 '빛나리 부자(父子)' 덕에 집안이 밝아졌어요 (1)

‘셀프 삭발’의 정수, <온에어>

c o l u m n 2008/07/28 18:40 posted by 곱씹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고 했던가. 아니다, 옛말 틀린 것 더러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는 속담도 그중 하나. ‘스님도 셀프 삭발례가 가능한지’, ‘정말 매끄럽게 가능한지’는 <약간 더 위험한 방송>에 맡기고, ‘문맥적 의미’만 봤을 때 그렇다는 게다. 그리고 이를 증명한 드라마가 바로 SBS <온에어> 아니었나 싶다.


처음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만드는 이야기’로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을 때 든 의구심이 ‘제 머리를 잘 깎을 수 있을까’였다. 제작진의 입장에선 자신의 이야기니 타성에 젖을 수 있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언론을 통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야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모든 건 기우에 불과했다. 먼저 <온에어>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잘 맞춘’ 전문직 드라마였다. 드라마 제작과정 중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고, 시청자들이 흥미로울 만한 이야기만으로 재미를 잘 살렸다는 말이다. 이는 우려와는 달리 타성에 젖지 않고 알맹이만 걸러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은숙 작가가 얼마나 ‘낯설게 하기’에 충실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결국 드라마 촬영장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도 있었지만, 의학계나 법조계 등에 비해 새롭지 않은 연예계로 ‘정통’ 전문직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애초 무모한 짓이었을 터. <하얀거탑>보단 <뉴하트>쪽의 ‘트렌디 드라마’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다. 더욱이 연인시리즈의 김은숙 작가가 아니던가.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전문직 드라마를 만드는 건 순리다.

<온에어>가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건 이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전문직 드라마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특정 전문직의 애로사항에 대한 하소연. 이를테면, 정통 전문직 드라마와 트렌디 드라마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기자라는 직업이 이렇게 힘들어’라는 넋두리만 늘어놓으며 10회를 채웠다. 이에 반해, <온 에어>는 틈틈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보여주되 설명하진 않는 젤제미가 돋보였다.  

렇다고 <온에어>가 가벼운 트렌디 드라마로만 흐른 건 결코 아니다. 연예인 성상납, 포르노 비디오 루머, 시청률 과잉경쟁 등 연예계의 문제들을 건드리며 이를 직접 소비하는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은숙 작가가 숨을 불어넣은 캐릭터 오승아는 ‘진짜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아 실감났고, 김은숙 작가의 분신 서영은이 만든 클리셰는 <개그콘서트> ‘달려라 울언니’ 보다 더 웃겼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할 텐가. <온에어>를 보라. 제법 매끄럽게 잘 깍지 않았나.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7년 6월13일 작성.

  1. Commented by 전단지박사 at 2009/01/15 11:53

    잘 보구 갑니다 시간 되시면 제 카페도 들려 주세요 → http://cafe.daum.net/ppp
    ]8

  2.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pandawill.com/apple-accessories-c388/ipod-classic-c390.html BlogIcon ipod classic cases at 2011/10/08 11:30

    설계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소?

'빛나리 부자(父子)' 덕에 집안이 밝아졌어요

e s s a y 2007/07/12 18:19 posted by 곱씹다

여러분은 ‘이발비’로 얼마나 지출하시는지요? 물론 이발비도 동네 미용실을 다니는지, 아이면 번화가에 유명 헤어디자이너의 미용실을 다니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동네 미용실에서는 대개 '만 원’ 내로 해결할 수 있지요.


어느 날 문득 우리 가족은 이발에 얼마나 비용을 투자하나 생각해 보니 ‘연간 8만 원’도 넘지 않더군요. 더욱 놀라운 것은 그 8만 원의 이발비 중 7만 원이 본인의 이발비라는 사실이었고요. 자세히 살펴보자면, 제가 다니는 동네 미용실의 이발비가 7천 원이고 일 년 중 십여 차례 미용실을 찾습니다. 반면, 어머니는 단골 미용실에서 단돈 만 원으로 일 년 중 두 번의 이발을 해결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일 년 365일 이발비가 ‘전혀’ 들지 않는 분이시고요.


일 년에 두 번 하는 '12mm 삭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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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삭발례로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 이덕원

사실 저는 ‘한 달’ 주기로 이발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그럼에도 일 년 열두 달 중 십여 차례만 미용실을 찾는 이유는 일 년 중 두 차례는 집에 구비된 ‘바리캉’을 이용해 ‘반 삭발’을 하기 때문이지요.


참고로 삭발과 반 삭발은 다릅니다. 삭발은 통칭해서 머리를 ‘박박’ 미는 것을 일컫지만 반 삭발은 머리카락을 ‘8mm에서 15mm' 정도의 길이로 자르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삭발은 반 삭발보다 짧은 길이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라 표현합니다.


제가 바리캉을 이용해 반 삭발을 하는 날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이 그렇듯 제게 삭발은 전형적인 ‘삭발례(특별한 때 혹은 특별한 목적과 상징적 의미를 담고 머리를 깎는 행위)’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바리캉을 드는 날은 중요한 시기를 앞두고 ‘결의’를 다지고자 할 때입니다.


고교시절 이후 수십 차례 바리캉을 이용해 이발을 해왔지만 두 번 정도 어머니가 깎아주신 것을 제외하고 모두 ‘손수’ 해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옛말이 다 맞는 것도 아니네요. 사실 스님도 ‘제 머리’ 깎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오늘, 어머니에게 바리캉을 '맡기다'


오늘이 그 일 년 중 ‘의식 아닌 의식’을 위해 반 삭발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늘 하던 것처럼 혼자 머리를 깎으려 했지만 도무지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 혼자서는 힘에 부치겠더군요. 그래서 오랜만에 어머니에게 바리캉을 들어주십사 부탁했습니다. 먼저 웃옷을 벗은 채 마당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어머니께 머리를 맡겼습니다. 긴 머리카락만큼 바리캉은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났을까, 갑자기 어머니가 ‘의아해’ 하십니다.


“박박 미는 거 맞지? 그냥 밀면 되는 거지?”

“응, 늘 깎는 12mm지.”


순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머리를 쓰다듬어 봤습니다.


“왜 이렇게 짧지? 분명히 늘 그렇듯 12mm 틀을 끼웠는데….”


확인을 하고 또 해도 분명히 늘 깎던 대로 ‘12mm 틀’이 제대로 끼워져 있었습니다. ‘아, 오랜만이라 짧게만 느껴지는구나’ 싶은 마음에 어머니께 계속 이발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거실에서 계신 아버지는 머리가 ‘하얗게’ 드러나는 것 같다며 연실 고개를 갸우뚱하십니다. 그리고 잠시 후 머리 위를 지나치는 바리캉이 춤을 추듯 전후좌우로 리듬을 타는가 싶더니 갑자기 ‘뒤집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잠깐, 지금 어디로 깎았어?”


어머니가 가리키시는 바리캉의 위치는 12mm 틀이 끼워진 곳의 반대 방향. 즉, 앙상한 바리캉의 ‘이빨’만 있을 뿐 머리카락의 길이를 결정하는 틀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뭐야! 거울! 거울!”


미용실 간다고 없는 머리카락 붙여주니?


거울로 본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틀이 끼워진 곳으로 잘라 12mm 길이인 머리카락과 틀이 없는 바리캉의 이빨에 쓸려가 길이조차 잴 수 없는 머리카락의 ‘공존’. 순간 흥분을 감출 수 없었지만, 크게 호흡을 거듭하고 이 ‘난관’을 해결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만, 일단 미용실로 가야겠어!”

“미용실 간다고 없는 머리카락 붙여주나?”


어머니의 ‘핵심’을 찌르는 지당하신 말에 다시금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어찌해야 하나 넋을 잃고 고민한 끝에 내린 ‘뻔한’ 결론. ‘마저 밀자’. 그렇게 바리캉에서 12mm 틀을 떼고 ‘박박’ 밀고 말았습니다. ‘기왕 다지는 결의 제대로 다지자’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더욱이 그나마 ‘짱구’가 아님을 감사하며 말입니다. “일주일이면 괜찮아져”라고 말하며 겸연쩍게 웃으시는 어머니에게 농담밖에 할 수가 없더군요.


“솔직히 말해, 월드컵 때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서 같이 응원하자고 일부러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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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3mm 6mm 9mm 12mm 길이의 바리캉 틀, 우측 머리카락을 앗아간 날카로운 바리캉의 이빨 ⓒ 이덕원


이제 부자(父子)가 '붕어빵 빛나리'


억지로 빗어 넘긴 머리 약한 모습이에요, 감추지 마요, 박박 밀어요!요!요! - DJ DOC의 <DOC와 함께 춤을> 중에서


집에 바리캉을 놓게 된 계기 또한 남다릅니다. 정력이 세다는 근거 없는 속설로 자위해야만 하는 ‘대머리’. 아버지는 가운데 머리가 없는 전형적인 유형의 대머리입니다. 비슷한 헤어스타일의 인물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프랑스 축구선수 지단이 있겠네요.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그런 대머리를 가리고자 늘 뒤가 막힌 모자를 쓰고 다니셨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바리캉을 사서 그나마 옆과 뒤에 ‘조금’ 남아있던 머리카락을 밀고 있으신 겁니다. 놀라 이유를 묻는 저에게 아버지는 “모자를 쓰고 있다 벗으면 사람들도 깜짝 놀라고 또 모자를 써봤자 대머리가 아닌 건 아니잖아 이젠 그냥 박박 밀게”라고 말하시고는 깨끗이 ‘면도’마저 하셨지요.

 

그날 이후 저에겐 아버지의 헤어스타일이 가수 구준엽보다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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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父子)가 진정 붕어빵이 됐습니다. ⓒ 이덕원

약한 모습을 뒤로하고 ‘당당히’ 모자를 벗어 던지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나도 대머리가 되면 아버지처럼, ‘유행가 가사’처럼 해야지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항간에 대머리가 대를 거른다는 말도 있지만 저는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거든요. 그 이유는 아버지 이전에 할아버지부터 ‘쭉’ 대머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번에 뜻하지 않게 경험한 삭발이 먼 훗날을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더군요.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건 이제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머리가 ‘빛나’ 집안이 아주 밝아졌다는 겁니다. 미안하고 신기해서 웃으시는 어머니와 ‘동병상련’에 웃으시는 아버지, 게다가 황당함에 거울 앞에 앉아 웃는 저까지 삭발 덕분에 집안에 웃음이 가득하네요.


바리캉이란 명칭은, 이발기계가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올 때 프랑스의 바리캉 마르라고 하는 회사의 제품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 회사명이 널리 쓰인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발기’라는 단어로 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글의 맥락상 바리캉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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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6년 5월27일 작성.

<오마이뉴스>와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1.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pandawill.com/computer-laptops-c175/keyboards-mice-input-c176.html BlogIcon wireless keyboard at 2011/10/08 11:31

    설계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