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 파괴’를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드높다. 또 그때마다 우리말 파괴의 '주범'이라 불리며 경계의 표적이 되는 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 우리말 파괴의 '주범'이 되기까지
사실 지금 인터넷이 짊어진 우리말 파괴의 책임은 90년대 초중반 보편화된 ‘무선호출기’와 비슷한 시기 천리안, 나우누리 등으로 알려진 ‘PC통신’이 원조라 할 수 있다. 당시 무선호출기는 기기에서 숫자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486(사랑해)’, ‘8282(빨리빨리)’ 등의 ‘숫자문자’가 사용되었고, PC통신은 느린 특성 탓에 대화를 주고받으며 ‘방가(반갑다)’ 등의 ‘줄임말’과 ‘>,<(찡그린 표정)’ 등의 ‘이모티콘’을 써야 했다.
그리고 90년대 후반에 이르러 무선호출기의 숫자문자와 PC통신의 줄임말, 이모티콘은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며 ‘문자메시지’ 속으로, 개인용 컴퓨터와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며 ‘누리세상’ 속으로 옮겨온 것이다. 더욱이 어느덧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사람들의 생활 속 일부분으로 자리 잡으며 숫자문자와 줄임말, 이모티콘은 빠르게 진화했고 이러한 은어들은 다시 문자메시지 속으로 이어져 사용됐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나 메신저 대화창에는 국어사전에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부 사람들 외에는 좀처럼 ‘해독’하기 어려운 말들이 난무했고, 이에 인터넷이 우리말을 파괴하고 세대 간의 대화 장벽을 형성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인터넷은 아직 '어린아이', 성장과 함께 자정능력도 갖출 것
모든 매체에는 ‘자정능력’이 있다. 인터넷 또한 그렇다. 물론 수년간 그래 왔고 그래서 쓴소리를 들어왔듯, 인터넷상에서는 매일같이 ‘무수한’ 은어들이 만들어져 퍼지고 있다. 이처럼 언뜻 보면 인터넷은 자정능력이라곤 없이 영영 우리말을 파괴하기만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앞서 말했듯 인터넷은 자정능력이 있다. 다만, “처음으로 자기의 힘을 시험하는 ‘어린아이’와 같다”는 인터넷기업 구글의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의 말처럼 아직 어린아이라 걸음이 더딜 뿐 성장하기위해 분명 한 걸음 씩 앞으로 내딛고 있다. 그리고 성장의 발걸음은 우리말 파괴에 대한 자정능력도 동반할 것이다.
우리말 파괴에 대한 인터넷의 자정능력, '쌍방향성'에서 비롯될 것
인터넷의 자정능력은 매체 특성인 ‘쌍방향성’에서 비롯될 것이다. 때문에 우리말 파괴에 대한 인터넷의 자정능력 또한 쌍방향성을 가장 반영하는 ‘댓글’에서 ‘작은 걸음’을 찾아볼 수 있다. 댓글은 자신의 의견이나 정보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때론 화장실벽에 낙서를 하듯 정제되지 않은 낙서장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댓글 중에서 글이나 다른 댓글 속 잘못 쓴 우리말을 ‘지적’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쌍방향성을 지닌 댓글은 잘못된 정보나 글을 평가하고 보완하는 기능을 애초부터 갖고 태어났다. 하지만 최근 댓글들을 살펴보면 점점 잘못 쓴 우리말을 바로잡고자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매체의 환경 변화로 누리꾼이 보다 ‘전문적’인 글을 쓰는 시대가 왔다는 점도 앞으로 성장과 더불어 우리말 파괴에 대한 자정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기대를 뒷받침한다. 다시 말해, 이전부터 인터넷 매체의 특성상 인터넷을 통해 자주 글을 써온 누리꾼들이 이제 전문적으로 글을 쓰며 우리말 쓰기 또한 드러내 평가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최근 더욱 성장하고 있는 ‘시민기자 저널리즘’과 ‘블로그 저널리즘’을 통해 도드라지고 있다. 많은 누리꾼이 기자로 글을 쓰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리말을 ‘바르게’ 알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 시민기자는 “시민기자가 되고 글쓰기에 중독되다 보니 어느덧 ‘글쟁이’가 다 된 것 같다”고 말하며 흐뭇해했다. 최근 인터넷에 불어온 ‘유시시(UCC, User Created Contents)' 바람도 누리꾼이 커뮤니티에서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체'가 되면서 우리말을 정화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이 과거 우리말을 파괴했다는 데는 가타부타 할 것 없이 옳다. 하지만 앞으로 어린아이였던 인터넷이 성장하며 미디어 개발자들과 누리꾼들의 노력으로 자정능력을 키운다면 우리말 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9월16일 작성.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미디어다음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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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능력을 저도 믿습니다만, 저 역시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고는 대화가 힘드내요 ^^ <- 요것보세요.
네, 'egoing'님 말씀처럼 온라인상에서나 문자메시지에서도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고 문자로 대화하기란 어렵지요. 보편화한 이모티콘의 '적절한 사용'이야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맞춤법 등을 무시한 글쓰기는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겠지요. ^^
프로그래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