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의 ‘친일 재산’ 의혹에 대한 관광객·지역민들의 반응
남이섬의 천지개벽 이룬 월급 100원 사장님
지난 11일 나온 남이섬 관련 머니투데이 기사의 제목이다. 월급 100원으로 시작한 강우현 (주)남이섬 대표의 ‘상상 경영’이 먹고 마시는 고성방가의 섬을 문화예술과 자연생태의 섬으로 거듭나게 했다는 것. 타당한 이야기다. 실제로 남이섬의 관광객 수는 2001년 27만 5000여 명에서 지난해 167만 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고 매출 5배 이상 늘었다.
남이섬도 친일파, 재산환수 미지수
반면, 9월 11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러한 제목으로 남이섬 관련 뉴스를 보도했다. 남이섬이 일제강점기 대표적 친일파인 민영휘 후손의 소유라면서 친일 재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민영휘는 당시 중추원 의장을 지냈고, 일본으로부터 자작 작위도 받은 인물. 1966년 경춘관광개발로 시작한 남이섬은 민영휘의 손자가 1994년 ‘주식회사 남이섬’으로 명의를 변경해 대표이사를 지낸 데 이어, 현재는 증손자인 민아무개씨가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부분 관광객·지역민들, “친일 재산이라면 환수해야”
이처럼 꼭 한 달 사이 남이섬과 관련해 상반된 보도가 있었던 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성공한 남이섬을 주목한 것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남이섬의 친일 재산 의혹은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친숙한 관광지인 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난 14일, 친일 재산 의혹에 대한 관광객들과 지역민들의 반응을 살펴보고자 남이섬을 찾았다. 가을의 문턱, 남이섬은 좋은 날씨만큼이나 아침부터 관광객들로 붐볐다.
1년 만에 남이섬을 다시 찾았다는 김현숙(34·여)씨는 남이섬의 친일 재산 의혹을 들어봤느냐는 질문에 “몰랐다. 정말이라면 두 번 다시 안 올 것”이라며 “(친일 재산으로 밝혀지면) 국가에서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에서 대학을 다니는 양현철(24·남)씨도 “2002년 겨울에 (남이섬에) 가봤는데 (친일 재산 의혹을 들으니) 기분이 찝찝하다”면서 다음엔 “맘 편히 다른 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일 재산이라는 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환수해야 한다”며 다만, “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남이섬은 회사가 소유하고 있어 친일 재산으로 밝혀져도 환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남이섬이 주식회사다 보니 다른 선의의 주주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친일반민족행위자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 사무국장 장완익씨는 9월 12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주식회사가 소유하는 재산은 처리 방법이 달라야 할 것”이라며 “주주가 선의라면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관광객들, “친일 재산이라도 후손들의 노력은 참작해야”
민영휘의 후손들이 (주)남이섬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만드는 데 노력한 점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권미정(34·여)씨는 남이섬의 친일 재산 의혹에 대해 “회사 동료가 말해줘 어제 알았다”면서도 “이러한 공간이 많지 않다”며 찾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민영휘의 손자인) 민아무개씨가 본인의 퇴직금으로 나무도 심었다는데 참작해줘야 한다”며 “환수를 하더라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맥락에서 이아무개(66·남)씨는 친일 재산으로 판명되면 “(국가에) 내놓아야 한다”면서도 “시대 흐름에 맞춰 이뤄진 것인 만큼 어느 정도 감안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서 자칫 남이섬의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돼 지역 경제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남이섬은 행정구역상으론 춘천이지만 정작 선착장은 가평에 있어, 두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관광지다(춘천시는 춘천시 남산면 빙하리에 새로운 선착장을 조성하고 있다). 가평에 사는 손계수(24·남)씨는 남이섬의 친일 재산 의혹에 대해 “얼마 전 친척들과 함께 (남이섬에) 갔다가 들었다”면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의혹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일 재산 의혹, 밝혀지는 데 다소 시간 걸릴 듯···
한류는 물론이거니와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남이섬. 그만큼 친일 재산이라는 의혹은 어렵게 쌓은 남이섬의 위상을 위협할 수 있어, 손씨의 말처럼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남이섬의 친일 재산 여부가 밝혀지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친일 재산 의혹이 있는 대상은 산적한 데 반해, 인력과 관련 자료는 턱없이 부족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사위 관계자는 남이섬의 친일 재산 의혹에 대해 묻자 “아직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현재 (주)남이섬 측은 친일 재산 의혹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주)남이섬 관계자는 친일 재산 여부를 묻자 “모르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10월16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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