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07/17 '진짜 남자'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책 (1)
  2. 2007/07/17 '중국집' 아들의 아버지 이야기 (1)
  3. 2007/07/16 드라마를 보며 곱씹은 치매, 그 '가혹함' (1)
  4. 2007/07/15 가장 좋은 치료는 '사랑'을 주는 것

'진짜 남자'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책

r e v i e w 2007/07/17 23:57 posted by 곱씹다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



2005년 봄, 나는 꿈을 잃었다. 대학교 4학년을 앞두고, 한창 꿈을 향해 달리기도 바빠야 할 시기에 나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맞닥뜨린 것이다. 현실에 타협한 청춘이 얼마나 가혹하고, 꿈이 없는 젊은이의 모습은 얼마나 초라한가. 때문에 나는 항로 잃은 배처럼 방황했다.


'훌륭한 스승'이 소개한 '좋은 책'


그해 1학기, 이전 학기에 한 전공강좌를 통해 알게 된 한 교수님의 또 다른 강의를 듣게 되었다. 인터넷뉴스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좌였다. 평소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라곤 해본 적 없는 나였지만, 이전 강좌에서 그 교수님이 가르치는 것이 비단 학문적 지식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무작정 수강하게 된 것이었다.


첫 주, 교수님이 한 책이야기를 꺼내셨다. 언젠가 갑작스럽게 관련 과제를 낼 것이니 ‘아사다 지로’의 <칼에 지다>라는 책을 읽어두라는 것이었다. “아니, 인터넷뉴스 관련 강좌에서 웬 ’소설‘을 읽으란 것인가.” 다소 의아했지만 책을 읽지도 않아도 늘 써먹는 편법이 있으니 과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책 이야기를 하던 그 교수님의 ‘표정’이 잊혀 지지 않았다. 교수님은 책 이야기를 하는 내내 상기된 표정으로 설레고 있었다. 결국, 나는 ‘도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그럴까’ 하는 궁금한 마음에 <칼에 지다>를 손에 들었다.


할복을 망설이는 ‘사무라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


<칼에 지다>는 일본 역사소설이다. 소설은 일본 메이지 유신(1867년) 직전, 메이지유신 주체세력 반대편에 서서 막부의 최후를 함께 한 사무라이 무사집단 ‘신센구미’의 이야기를 재조명한다. 그리고 그 신센구미 일원인 ‘요시무라 간히치로’(이하 간히치로)의 삶을 그린다.


이야기는 전쟁에서 패한 간히치로가 부상을 입은 몸으로 고향 모리오카를 찾아 귀대를 청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옛 주군이자 친구인 오노 지루에몬을 만나지만 고향을 버리고 떠난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할복’뿐.


진정한 무사로서 충과 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할복도 마다지 않는 것이 ‘사무라이정신’이다. 그런데 사무라이 간히치로는 할복을 앞두고 혹시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망설인다. 더욱이 그는 동료들로부터 ‘수전노’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돈을 밝힌다. 때문에 처음 ‘뭐 이런 사무라이가 다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러한 의아함은 번갈아 나오는 간히치로의 독백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의 물음에 떠올리는 간히치로 주변 인물들의 회상을 통해 해소된다.


사실 간히치로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향도, 자존심도 버린 애처로운 사무라이였던 것이다. 이가 다 빠지고 휘어진 칼을 들고 다닐 정도로 돈을 아끼고, 동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모아 고향에 붙이는 ‘한 가정의 아버지’였다. 때문에 이야기 후반부에는 오히려 그가 제발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생긴다. 그가 올곧은 사무라이는 아닐지언정, ‘훌륭한 가장’이자 ‘진짜 남자’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진짜 남자’란 무엇인지 가르쳐준 책


그 설레던 표정의 교수님은 언젠가 사석에서 한 학생에게 <칼에 지다>에 대해 이렇게 말씀했다.


“나중에 네가 결혼을 할 남자가 생겼는데 믿어도 될 만한 녀석인지 잘 모르겠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게 해라. 이 책을 읽고 나서 눈물 흘리는 녀석이라면 믿고 결혼해도 될 거다. 그 남자 눈물 흔한 것이 아니라 ‘괜찮은 남자’라 흘린 눈물일 테니 말이다.”


교수님의 말씀처럼 <칼에 지다>는 진짜 남자가 무엇인지 오롯이 가르쳐준 책이다. 더욱이 책 속 간히치로의 삶은 내게 ‘진짜 남자가 되라’ 말했고, 덕분에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새로운 꿈을 그릴 수 있었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10월30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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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취업

'중국집' 아들의 아버지 이야기

e s s a y 2007/07/17 23:16 posted by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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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 볶아 따끈따끈한 자장. ⓒ 이덕원


3주 전, 부모님이 ‘중국집’을 새로 개업하셨다. 부모님은 추석연휴, 하루도 쉬지 않고 준비하시더니 드디어 가게 문을 연 것이다.

우리 가게는 아버지가 ‘주방장’, 어머니가 ‘주방보조’, 삼촌 두 분이 ‘배달’을 하는 ‘아담한’ 중국집이다.

영업을 시작하고 일주일 여가 지난 어느 날 밤, 나는 “가게회식을 하고 있으니 운전기사 노릇 할 겸 와”라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가게로 갔다.

가게에 달린 작은 방에서 하는 조촐한 회식이었지만, 내가 가게에 도착했을 때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고 있었다. 가게 삼촌들에게 개업 전 인사를 드리긴 했지만,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었다.

'맛있는' 아버지의 음식, 그런데 '오래' 걸린다

개업 초창기다 보니, 회식자리에선 자연스레 가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배달을 하는 한 삼촌은 아버지가 만드신 음식에 대해 손님들이 한결같이 “맛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더욱이 내 옆에 앉은 삼촌도 “내가 15년 동안 중국음식점에서 일했는데 아버지만큼 음식을 맛있게 하시는 분도 없었다”며 입에 침이 마르게 아버지의 음식을 칭찬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와 어머니는 아버지가 만드신 자장면, 짬뽕이 가장 맛있다. 하지만 이는 오랫동안 먹어 익숙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인사치레라 감안해 들어도 삼촌들의 말씀에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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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음식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짬뽕. ⓒ 이덕원


다만, 그 삼촌은 “한 가지 흠이라면 아버지가 손이 조금 느리시다”며 “그래서 배달이 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촌은 “하지만 그 역시 한 그릇을 만드시더라도 정성을 쏟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촌의 말씀을 듣자마자 나는 어머니에게 여쭸다.

“엄마, 아빠가 원래 느리셨나?”

“빠르진 않았지.”

“그럼 느려지신 거지? 아무래도 오래 쉬셔서 그런가 봐, 그렇지?”

“글쎄, 아빠가 해내질 못해.”

아버지가 음식을 하시는 게 느려진 것은 '이미 오래전'


사실 아버지가 음식을 하시는 게 느려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부모님은 이전에도 중국집을 하셨다.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가 중국집에서 일하신 것을 제외하고 가게를 차려 직접 운영하신 것만 7년이다. 그때도 역시 아버지가 주방장, 어머니가 주방보조, 삼촌과 형이 배달을 하는 아담한 가게였다.

부모님이 가게를 차리시고 3, 4년이 지났을 즈음, 대학 새내기였던 나는 여름 방학을 맞아 가게에서 두 달여간 아르바이트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하는 일이래 봤자 전화 받고, 서빙하고, 청소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한여름에 냉방기 없는 중국집 내부는 찜통처럼 더워 녹록지 않았다. 가게에서 일을 시작한 첫날 나는 점심때가 지나가고 전쟁터가 된 테이블을 치우다 선풍기 앞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두세 시간을 주방에서 요리만 하신 아버지가 뒷문으로 나가시는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누구보다 이 더위에 일하시는 아버지가 걱정돼 따라갔고,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신고 있던 고무신에 땀이 가득 차 따라 버리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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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샌 프라이팬을 드는 것도 힘에 부쳐 보이시는 아버지(참고로 아버지는 가수 'DOC'가 부른 'DOC와 춤을'의 노랫말처럼 당당히 '박박 밀은 멋쟁이'시다). ⓒ 이덕원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방울이 흐르는 한여름, 아버지는 매년 그렇게 뜨거운 불 앞에서 고무신에 땀이 가득 찰 정도로 무더위와 맞서고 있으셨다.

그래도 부모님은 그나마 여름이 낫다고 말씀하곤 하셨다. 가게를 하던 곳이 시골이었던지라 문을 닫기도 전에 버스가 끊기는 것이다. 때문에 당시만 해도 차가 없었던 부모님은 한겨울이면 매일 한 시간 반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겨울바람을 뚫고 출퇴근하시곤 했다.

부모님은 그곳에서 그렇게 7년을 온전히 일하셨고, 고된 몸만큼 건강도 나빠지시고 말았다. 결국, 아버지는 당뇨, 어머니는 고혈압으로 병원을 드나드셔야 했고, 가게도 그만둬야 했다.

지난 일 년여 동안, 부모님은 병원에 다니며 휴식을 취하셨고, 덕분에 건강도 많이 회복하셨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건강도 좋아졌으니 다시 가게를 하겠다고 하신 것이다. 나는 “아들이 곧 졸업해서 취직을 할 테니 쉬시라”고 만류했지만, 한사코 “쉬엄쉬엄할 거니까 걱정하지마라”고 하시는 부모님을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가게 자리를 고르셨고, 아버지는 직원을 구하셨고, 나는 가게 상호를 지어 지금의 가게를 새로 차린 것이다.

자신의 일에 진정 ‘보람’을 느끼시는 아버지


회식 날, 아버지가 나를 부르신 ‘진짜 이유’는 자신보다 아들이 삼촌들과 세대차이가 나지 않을 테니 대화도 나누며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아버지의 의도대로 옆에 앉은 삼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회식 막바지, 한 삼촌은 음식 칭찬에 뒤이어 “농담이 아니라 진로를 정하지 않았으면 아버지에게 음식을 전수받아 뒤를 잇는 것을 생각해봐”라며 “중국집은 주인이 주방장을 해야 돈을 버는데 네 나이에 아버지가 하시는 요리를 전수받으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뒤늦게 안 것이지만 어머니의 말씀이 아버지는 내가 대학을 가지 않고 이어받기를 바라셨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아들이 공부하기에는 글렀다고 보신 건가’ 하는 생각에 아버지에게 서운했다. 하지만 이후 언젠가 아버지가 내게 말씀하셨다.

"난 내가 하는 일이 좋아, 그래서 대학 가서 흐지부지할 거라면 이어받는 게 낫다는 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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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자장을 볶으시는 모습. ⓒ 이덕원


아버지는 누구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시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 짓는 아버지의 표정이야말로 진정 행복함이 묻어나오는 것 같다.

비록 이제 음식을 하시는 게 느려졌지만,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더 음식을 만드실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와 어머니에겐 언제까지나 '아버지가 만드신 음식'이 '최고'다.

이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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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6년 9월16일 작성.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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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을 것입니다.

드라마를 보며 곱씹은 치매, 그 '가혹함'

c o l u m n 2007/07/16 18:48 posted by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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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목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 KBS


월요일과 화요일, 또다시 사극 열풍을 몰고 온 MBC 드라마 <주몽>과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돌파하고 있는 KBS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 틈에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SBS 드라마 <천국보다 낯선>.

수요일과 목요일, SBS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의 인기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KBS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


이처럼 각각 다른 날 방영 중인 <천국보다 낯선>과 <투명인간 최장수>는 엄연히 다른 상황이지만 공통적으로 치매라는 소재를 통해 극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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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화드라마 <천국보다 낯선>. ⓒ SBS

<천국보다 낯선>과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치매는 극의 발단, 전개


유사가족형태를 통해 진정한 가족애를 그리고자 하는 <천국보다 낯선>은 산호(엄태웅 분)가 치매에 걸린 어머니 복자(김해숙 분)의 병원비를 떠넘기려고 입양서류를 조작해 캐나다에 있던 윤재(이성재 분)를 한국으로 데리고 오며 드라마가 시작된다.

다시 말해, 산호와 윤재가 유사가족을 이루게 되고, 윤재와 희란(김민정 분)이 캐나다에서의 인연이 계속될 수 있던 매개체는 어머니의 치매라는 것이다.


이 시대에 소외된 아버지의 모습과 가족 간의 사랑을 조명한 <투명인간 최장수>는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 형사라는 직업을 갖고 가족을 위해 살다,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가장 최장수(유오성 분)와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때문에 여기서는 극의 전반에 걸쳐 최장수의 병인 알츠하이머 즉, 치매가 드라마를 전개한다.


이렇듯 <천국보다 낯선>과 <투명인간 최장수>에서 치매는 각각 극의 발단이기도 하고, 극을 전개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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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리 속의 지우개>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친숙하게 다가온 알츠하이머


주위에서 치매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치매가 다가온 계기는 언제부터였을까?


2004년 가을에 개봉한 손예진, 정우성 주연의 멜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통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흥행 이후 치매보다 알츠하이머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됐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인데 뇌의 신경세포가 퇴화, 축소돼 건망증과 혼돈상태를 거쳐 인격장애와 치매에 이르는 불치병이다. 전체 치매 원인 중 60% 이상이 알츠하이머고 65세 이상 노인의 10% 이상이 앓는다고 한다.



현실에선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가족에게도 더 가혹한 병


드라마와 영화에서 극의 발단으로, 극을 전개하기 위한 매개체로 다루는 치매는 사실 현실에 비해 덜 가혹해 보인다.

예컨대, SBS 월화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에서 치매에 앓는 어머니 복자(김해숙 분)는 아들을 남편으로 착각하고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지만, 그래도 귀여운 캐릭터로 그린다.

또 역시 치매를 소재화한 영화 <노트북>에서 치매에 걸린 앨리(제나 로우랜즈 분)는 남편을 비롯해 남편과의 추억을 기억하지 못할 뿐 평범한 노인의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치매는 드라마나 영화 속 이야기보다 더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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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을 극복하는 노부부의 사랑이 아름다운 영화 <노트북>. ⓒ CJ엔터테인먼트


치매를 앓으시던 할아버지를 안아드리지 못한 어린아이

실제로 나는 노인성 치매를 앓으신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치매만큼 가혹한 병도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항상 집은 쓰레기로 쌓여있었고, 불도 나기 일쑤였다. 그만큼 할아버지는 위험에 놓여있었고, 가족들은 늘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더 가혹한 것이 태어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치매를 앓으시는 모습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예닐곱 살이던 나는 치매를 앓으시는 할아버지가 무서워 좀처럼 가까이하지 않았다. 때문에 어릴 적 손자를 부르며 다가오시던 할아버지를 안아드리지 못한 것이 아직도 후회가 남는다.

물론 이런 상황은 치매가 더 심각해진 후의 일이지만, 현실에선 드라마나 영화에서보다 가혹한 병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에밀 아자르는 그의 장편소설 <자기 앞의 생>에서 “생은 소멸되고 기억은 망각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생의 소멸 전부터 기억을 망각시켜버리는 치매야말로 가장 가혹한 병인 셈이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8월24일 작성. 


<야후미디어> 'e세상기자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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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한숨을 쉬며) 그 경우에는 시스템이 결코 완성되지

가장 좋은 치료는 '사랑'을 주는 것

e s s a y 2007/07/15 01:45 posted by 곱씹다

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의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내길… 



오늘 병원에서 진료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 맞은편에 앉은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눈에 띄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와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서로 꼭 잡은 손과 애교 섞인 대화는 다정한 모녀지간이라고 보기에도 각별했다. 그러던 차 다소 엉뚱한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나 배고파.”

“어머니 좀 전에 빵이랑 과자 잡쉈잖아.”


“안 먹었어. 그냥 다 버렸어.” 

“아니야. 아까 잔뜩 잡쉈어.”


순간 내 뇌리를 스친 것이 바로 노인성 치매였다. 할머니가 노인성 치매를 앓으시는 듯싶었다. 노인성 치매란 노화에 따른 뇌의 퇴행성 변화의 결과 나타나는 노년성 정신장애.


할머니는 쉴 새 없이 묻고 또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그런 할머니에게 애교 섞인 말투로 부지런히 대꾸했다. 더욱이 아주머니가 할머니를 살며시 꼬집으며 장난을 걸었고 할머니도 이에 응수했다.


나를 비롯해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틈에서 한 아저씨가 아주머니에게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머니세요, 시어머니세요?”

“시어머니세요.”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올해로 일흔아홉이세요.”


갑자기 옆에서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대화를 듣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할머니, 저는 한참 어려요.”


“몇 살인데?”
“세 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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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그래? 그럼 내가 업어줘야겠네.”
“아유. 무거워서 못 업으세요.”

“아니, 아긴데 못 업긴 왜 못 업어.”


할머니의 말에 다시 한 번 주위가 밝아졌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한마디 말이 이어졌다.


“병원에서 가장 좋은 치료가 사랑이라고 하더라고요.”


병원을 나오며 얼마 전 본 영화 <노트북>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노인성 치매에 걸린 부인에게 옛 추억을 말해주며 사랑으로 치료하고자 노력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은 방금 전 병원에서 내가 본 아주머니의 모습과 같았다.


사실상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법이 없다는 노인성치매. 그런 병이 나으려면 모 의약품 광고 내용처럼 기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부디 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의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내기를 기원해 본다. 


노인성 치매만큼 환자의 가족들을 슬프게 하는 병도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릴 적 노인성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에 다시 한 번 가슴이 아프더군요.


이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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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6년 6월23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