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07/19 볼품없는 그의 철가방이 유난히 빛난다 (3)
  2. 2007/06/25 학교와 '새로운 인연'을 맺고 있는 김동근 학우

볼품없는 그의 철가방이 유난히 빛난다

i n t e r v i e w 2007/07/19 18:37 posted by 곱씹다

그릇 위 '쪽지'에 보람 느끼는 중국집 배달원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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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눈이 내린 후 바람이 매서워진 30일, 이씨가 그날 첫 배달을 가고 있다. ⓒ 이덕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화 한 통'이면 맛있는 음식을 싣고 달려오는 사람들. 바로 '음식 배달원'들이다. 이들이 있기에 사람들은 안방에서 편안히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오늘날에는 배달 안 되는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음식 배달문화가 보편화했다. 자장면, 피자, 치킨, 족발에서 도시락까지. 오죽하면 '배달(倍達)'의 민족이자 '배달(配達)'의 민족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중에서도 음식 배달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건 역시 '중국집 배달원'이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도 '신속 배달' 사명을 수호하고자 매서운 바람과 마주선 어느 중국집 배달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겨울보다 힘든 여름, 눈비 내리는 날 늘어나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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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중국집 배달' 관련 기사에 달린 누리꾼의 댓글들.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춘천의 한 중국집에서 일하는 이상훈(34·가명)씨는 올해로 중국음식 배달 10년차 베테랑이다. 이씨는 "대학입시에 좌절하고 돈을 벌기 위해 스무 살에 처음 (중국음식 배달을) 시작했다"며 "중간에 몇 년 외도했던 것을 제외해도 어느덧 이 일만 10년"이라고 소회를 털어놨다.

대부분 중국집 배달원들은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해, 영업 준비를 마친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으로 배달을 시작한다. 배달은 보통 밤 9시 30분까지 계속되는데, 그릇은 바쁜 시간을 피해 틈틈이 교대로 찾는다고 한다.
이씨가 일하는 중국집에는 이씨를 포함해 총 3명의 배달원이 있다. 이씨는 "평일에는 한 사람당 하루 25곳 정도 (배달을) 가고, 주말에는 한 사람당 하루 35곳 정도 (배달을)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배달하다 보면 유독 일하기 힘든 계절이나 날씨가 있기 마련. 그런데 이씨는 의외로 겨울보다 여름이 더 힘들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니 여름에는 시원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내리쬐는 햇볕에 달아오른 아스팔트 때문에 여름이 더 힘들다. 게다가 겨울엔 배달을 다녀와 가게에서 몸이라도 녹이지만, 여름에는 요리하는 열기에 가게 안이 그야말로 '찜통'이다. 배달 장사로 먹고 사는 '영세한' 중국집에 냉방기가 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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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해 7월 16일 카메라에 담은 오토바이 배달원 모습. ⓒ 선대식


물론 배달하러 다니기 위험한 건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이다. 이씨는 "아무래도 비나 눈이 오는 날, 또는 (길이 미끄러운) 그 다음날엔 오토바이를 타기 조심스럽다"면서 "사고도 자주 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씨는 정작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날도 "갑자기 비나 눈이 내릴 때"라며 "밖에서 먹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안에서) 시켜 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씨는 이달 초에도 자칫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한다. 배달 가던 길에 승합차가 이씨에게 달려든 것. 이씨는 "다행히 빨리 피해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익숙한 듯 "다친 데도 없고 오토바이도 멀쩡해 엎질러진 음식 값만 받고 다시 일했다"고 말했다.

'속옷' 차림의 여자 손님에 당황, 그릇 위 '쪽지'에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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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의 철가방. 볼품없을지언정 은은히 빛난다. ⓒ 이덕원

'손님은 왕'이라는 말도 있지만 배달하다 보면 불쾌한 손님을 만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이씨는 "가끔 '야, 거기에다 놔'라며 다짜고짜 반말하는 손님들이 있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나보다 어린 사람이 그럴 때는 정말 기분 상한다"고 하소연했다.

음식 배달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렇듯 아직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씨는 "아직까지 음식 배달은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하류계층으로 보는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특히 중국집 배달원을 그렇게 본다"며 "그래서인지 (20대 초·중반의) 젊은 사람들은 중국음식 배달이 더 창피하다고 생각해 피자 배달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배달 음식이라는 게 실내에서 편하게 먹으려고 시키는 것이다 보니 '황당한' 일도 많이 겪는다고 한다. 배달 갔을 때 손님이 '속옷' 차림으로 음식을 받는 경우가 그 중 하나. 이씨는 "특히 여자 손님이 속옷만 입고 나오면 배달 간 사람이 더 민망하다"고 털어놨다.

또 소방서와 더불어 장난전화의 표적이 되는 곳이 중국집이다 보니, 기껏 배달 갔다가 헛걸음치는 일도 부지기수. 물론 '발신자번호표시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번호를 안 뜨게 하고 장난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면 아깝지만 음식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외에 배달 갔다가 개에 물리는 일도 있다고 한다. 풀어놓고 기르거나 목줄이 긴 개가 낯선 사람인 배달원을 갑자기 덮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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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가 직접 기자의 수첩에 적은 쪽지 내용. ⓒ 이덕원

"배달원 아저씨. 정말 맛있게 먹었어욤. ^^ 수거하세요."


반면, 한 달여 전 이씨가 찾으러 간 그릇에는 이렇게 적힌 쪽지가 붙어있었다. 이씨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이렇게 그릇에 쪽지를 넣어놓는 손님들이 있다"며 "(그 외에) 그릇에 과일이나 과자를 담아놓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럴 때면 이씨는 "맛있게 먹었다는 말에 그저 보람을 느낄 뿐"이라며 심지어 "(손님이) 음식을 깨끗이 다 먹은 그릇만 봐도 기분 좋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씨는 반대로 음식이 맛없었다는 말을 듣거나 많이 남아있을 때면 속상하다고 한다. 음식 맛이 중국집 사장에겐 매출이고 주방장에겐 자존심일지 몰라도, 정작 "손님한테 '직접 전하는' 배달원에겐 '자신의 얼굴'과 같다"는 것이 이씨의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씨가 매일같이 들고 다니는 철가방은 볼품없을지언정 유난히 '빛나' 보였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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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새로운 인연'을 맺고 있는 김동근 학우

i n t e r v i e w 2007/06/25 21:10 posted by 곱씹다

공익근무요원인 김동근 학우를 찾아 연암관 행정실로 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학군단’으로 갔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공익근무요원이 어떻게 학군단에 들어간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릴없이 성호관 우측의 학군단을 찾았다. 학군단 행정실, 그곳에서 내가 찾던 김동근 학우를 만날 수 있었다. 


일단 공익근무를 하다가 ‘어떻게 학군단으로 들어오게 됐는지’부터 물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크게 웃었다. 그런 게 아니라 연암관 행정실에서 공익근무를 하다가 학군단 행정실에 인원이 부족해 파견된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는 학군단에는 학군단원들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한림대학교 안에만 해도 김동근 학우와 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그러한 연유에서 학교와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는 김동근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언제부터 한림대학교에서 공익근무를 하게 됐나요?

A. 작년 1월 군에 입대해서 5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나와, 2월말에 바로 한림대학교로 공익근무 배치를 받았으니까 1년하고도 2개월이 넘었네요.


Q. 공익근무 판정을 받게 된 이유는 뭐였나요?

A. 어려서부터 눈이 나쁜 편이었는데 고등학교를 들어오면서 더 많이 나빠졌어요. 신체검사를 받으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공익근무 판정을 받게 될 줄 몰랐는데 시력검사를 하고 4급 공익근무 판정을 받게 돼 놀랐습니다.


Q.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가끔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방위’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건강이 남들보다 조금 안 좋아서 다른 방식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역으로 군복무 하는 친구들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퇴근 후나 주말의 여가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제 자신에게 투자하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Q. 하루의 근무 일정과 업무 내용은 어떻게 되나요?

A. 9시에 출근해서 5시 반에 퇴근합니다. 처음에는 연암관에서 우편 분류, 주차스티커 발급 등의 일을 했는데 올해부터 인원부족으로 이곳에 파견돼 학군단 획득교육사무원이라고 장교 선발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Q. 훈련소에서 나와 처음 한림대학교로 배치 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A. 당연히 제가 다니던 학교다 보니 좋았습니다. 사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거든요.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 시청이나 도청 아니면 춘천에서도 외곽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업무상으로나 위치상으로도 좋았지만 특히 제가 다니던 학교여서 더 좋았고 마음도 한결 편했습니다.


Q. 학생으로서 학교를 다닐 때와 다르게 지금 국방의 의무를 위해 공익근무요원으로써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뭔가요?

A.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학생으로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학교생활도 그립고 텔레토비 동산에서 동그랗게 모여 막걸리 마시는 사람들이나 친구들이랑 즐겁게 웃으며 수업 들어가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더라고요. 특히, 제가 노래동아리 수레바퀴에 속해 있는데, 근무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를 때 시험이라고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시험도 보고 싶고 공부도 하고 싶어지더군요. 정말이지 학생으로서 학교를 다닐 때는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이 많더라고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내년 4월에 전역하기 전까지 지금 맡고 있는 공익근무요원으로서의 소임을 열심히 해야겠지요. 전역하고 나서 복학 전에 배낭여행을 다녀 올 계획으로 얼마 전부터 퇴근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나 하고 있어요.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2006년 2학기에 복학할 예정입니다. 제가 1학년 때 동아리에만 푹 빠져서 과 생활이나 공부도 소홀히 했었는데 공익근무를 하면서 느꼈던 그 마음 그대로 복학 후에는 학교생활도 공부도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Q. 끝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A. 저도 빨리 전역해서 한림대학교 학생으로 학교를 다니고 싶네요. 2006년 2학기에는 한림대학교의 학생으로서 학교에 있을 겁니다. 참, 그리고 학군사관이나 군장학생이나 여군사관이나 학사사관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담헌관 우측의 학군단 행정실로 오세요.


처음에는 한림대학교와 학생으로써의 인연을 맺었었고 작년부터 한림대학교와 공익근무요원으로 다시 인연을 맺고 있는 김동근 학우.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며 학생으로 돌아올 그 날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5년 6월25일 작성.


한림대 인터넷미디어 전공 웹진 '도발'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