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8/07/28 ‘셀프 삭발’의 정수, <온에어> (2)
  2. 2007/10/17 버림받은 짝짓기, 케이블과 눈맞다
  3. 2007/09/13 애틋한 그 시절만큼 그리운 드라마 <사춘기> (5)
  4. 2007/07/19 그들은 왜 '전차남'을 도왔을까? (1)
  5. 2007/07/18 ‘제대로 된’ 남성 포털사이트 없어 (2)

‘셀프 삭발’의 정수, <온에어>

c o l u m n 2008/07/28 18:40 posted by 곱씹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고 했던가. 아니다, 옛말 틀린 것 더러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는 속담도 그중 하나. ‘스님도 셀프 삭발례가 가능한지’, ‘정말 매끄럽게 가능한지’는 <약간 더 위험한 방송>에 맡기고, ‘문맥적 의미’만 봤을 때 그렇다는 게다. 그리고 이를 증명한 드라마가 바로 SBS <온에어> 아니었나 싶다.


처음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만드는 이야기’로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을 때 든 의구심이 ‘제 머리를 잘 깎을 수 있을까’였다. 제작진의 입장에선 자신의 이야기니 타성에 젖을 수 있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언론을 통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야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모든 건 기우에 불과했다. 먼저 <온에어>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잘 맞춘’ 전문직 드라마였다. 드라마 제작과정 중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고, 시청자들이 흥미로울 만한 이야기만으로 재미를 잘 살렸다는 말이다. 이는 우려와는 달리 타성에 젖지 않고 알맹이만 걸러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은숙 작가가 얼마나 ‘낯설게 하기’에 충실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결국 드라마 촬영장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도 있었지만, 의학계나 법조계 등에 비해 새롭지 않은 연예계로 ‘정통’ 전문직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애초 무모한 짓이었을 터. <하얀거탑>보단 <뉴하트>쪽의 ‘트렌디 드라마’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다. 더욱이 연인시리즈의 김은숙 작가가 아니던가.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전문직 드라마를 만드는 건 순리다.

<온에어>가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건 이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전문직 드라마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특정 전문직의 애로사항에 대한 하소연. 이를테면, 정통 전문직 드라마와 트렌디 드라마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기자라는 직업이 이렇게 힘들어’라는 넋두리만 늘어놓으며 10회를 채웠다. 이에 반해, <온 에어>는 틈틈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보여주되 설명하진 않는 젤제미가 돋보였다.  

렇다고 <온에어>가 가벼운 트렌디 드라마로만 흐른 건 결코 아니다. 연예인 성상납, 포르노 비디오 루머, 시청률 과잉경쟁 등 연예계의 문제들을 건드리며 이를 직접 소비하는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은숙 작가가 숨을 불어넣은 캐릭터 오승아는 ‘진짜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아 실감났고, 김은숙 작가의 분신 서영은이 만든 클리셰는 <개그콘서트> ‘달려라 울언니’ 보다 더 웃겼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할 텐가. <온에어>를 보라. 제법 매끄럽게 잘 깍지 않았나.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7년 6월13일 작성.

  1. Commented by 전단지박사 at 2009/01/15 11:53

    잘 보구 갑니다 시간 되시면 제 카페도 들려 주세요 → http://cafe.daum.net/ppp
    ]8

  2.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pandawill.com/apple-accessories-c388/ipod-classic-c390.html BlogIcon ipod classic cases at 2011/10/08 11:30

    설계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소?

버림받은 짝짓기, 케이블과 눈맞다

c o l u m n 2007/10/17 15:08 posted by 곱씹다

공중파 방송의 주말 저녁을 책임져 온 예능 프로그램의 한 유형이 사라졌다. ‘짝짓기 프로그램’ 얘기다.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펼치는 경쟁으로 이뤄지는 짝짓기 프로그램은, 지난 몇 년 간 공중파 방송 3사에서 앞다퉈 편성한 '시청률 보증수표'였다.  

이처럼 한때는 잘 나갔던 짝짓기 프로그램이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채널을 좀 더 돌려 케이블 방송으로 건너뛰면 사뭇 달라진 모습의 짝짓기 프로그램과 재회할 수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쫓겨나 케이블 방송에 새 둥지를 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의 형식으로는 공중파 방송에서 더 이상 안 팔렸기 때문. 그런데 시청자들이 외면한 까닭은 공교롭게도 짝짓기 프로그램이 케이블 방송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까닭과 맥을 같이 한다.

'진정성' 잃은 짝짓기에 시청자들 외면

짝짓기 프로그램의 매력은 단연 남성과 여성이 맺어지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조마조마함’이었다. 시청자들은 MBC의 <목표 달성 토요일> ‘애정만세’에서 김동완·성시경·이성진·이지훈 중 ‘꽃님이(김꽃님)’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KBS의 <자유선언 토요 대작전>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에서 엇갈리는 이지훈·김빈우 커플은 어떻게 될 것인지, 함께 마음을 졸이는 것이다.  

비록 방송이라곤 하지만, 때론 아쉬워하고 때론 기뻐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일정 부분 진심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출연했던 일반인이 연예인으로 데뷔하거나 신인 연예인이 이름을 알리기 위한 모습으로 비치면서, 짝짓기 프로그램은 연예인 등용문이 돼 버렸다. 시청자들 입장에선 출연자들의 모습이 ‘뜨기 위한 몸부림’인지 실제 감정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이후 이어진 MBC의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SBS의 <일요일이 좋다> ‘X맨’에서도 수시로 변하는 연예인들의 마음에 ‘기어이 그와’ 짝이 돼야 하는 이유는 금세 무색해졌다. “사랑이 변하니?”라고 물으면 “매주 변한다”고 답할 듯한 모양새였으니. 

결국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펼치는 구애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된 것이다.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정작 짝짓기의 당위성을 잃은 셈이다. 그러니 시청자들 역시 그들이 '커플'이 되건 '폭탄'이 되건 관심을 둘 이유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짝짓기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장기자랑 등 볼거리로 연명했지만 이미 진부할 대로 진부해진 터. 마침내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당하던 짝짓기 프로그램은 올 초 SBS의 <실제상황! 토요일> ‘선택남녀’가 종영한 데 이어 KBS의 <해피선데이> ‘여걸식스’가 개편을 하면서 공중파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다.

"완전 사랑합니다, '돈'을!"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004년 10월16일부터 2006년10월21일까지 방영된 SBS의 <실제상황! 토요일> '리얼로망스 연애편지'의 한 장면. ⓒ SBS


그렇다면, 케이블 방송이 공중파 방송에서도 버림받은 짝짓기 프로그램을 차용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상대적으로 공중파 방송보다 규제가 덜한 케이블 방송의 환경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케이블 방송에선 짝짓기의 당위성부터 분명히 할 수 있었다. ‘꼭 그와’ 맺어져야 하는 이유로 ‘근거 불충분’한 ‘사랑 타령’ 외에 ‘근거 충분’한 ‘돈’이 들어간 것이다. 돈과 사람의 감정을 맞바꿀 수 있는 콘셉트가 공중파 방송에선 가당키나 했을까. 이는 당연히 케이블 방송에서였기에 가능한 '게임'.  

그래서 케이블 방송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돈이냐 그냐를 택하라’는 식이거나, 아니면 아예 대놓고 ‘돈을 얻기 위해선 그의 선택을 받아라’는 식이다. 현재 방영 중인 MNET의 <조정린의 아찔한 소캐팅> 시즌3, 시즌2를 준비 중인 tvN의 <러브룰렛 연상연하>의 시즌1, 지난 8월 종영한 XTM의 <러브 인 몰디브> 등이 그렇다.

그러니 케이블 방송의 짝짓기 프로그램에선 굳이 “완전 사랑합니다”라는 눈에 보이는 거짓말 따윈 하지도 않아도 된다. 혹시 “완전 사랑합니다, ’돈‘을”이라면 모를까.

실제로 출연자들은 그 대신 돈을 택하기도 하고 돈을 얻고자 그에게 필사적으로 구애를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관심 역시 ’그와 돈 중 무엇을 택할까’, ‘누가 과연 돈을 거머쥘까’로 이어진다.  

더불어 짝짓기 프로그램은 한결 ‘발칙’해졌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했을 일이 ‘케이블에서는 케이블의 법에 따라’ 벌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MNET의 <조정린의 아찔한 소캐팅>(시즌3)은 기본적으로 소위 킹카·퀸카라는 출연자가 상대 출연자의 외모를 조목조목 평가한다.  

출연자들의 발언과 행동도 거침이 없다. 출연자들은 욕도 서슴지 않는데, ‘삐~’ 소리로 처리할 뿐 대체로 여과 없이 방송된다. 킹카가 도전자에게 “신발이 강북 같아요”라고 막말을 하거나 탈락된 도전자가 퀸카의 얼굴에 물감을 칠하고 콩알탄을 쏜 일은 온전히 전파를 탔다.  

이런 까닭에 지나치게 ‘솔직(?)’한 출연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지만, 외모가 출중한 출연자가 준연예인급의 인기를 구가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는 돈과 함께 어떤 ‘굴욕’도 견디게 하는 힘이리라.  

또 다른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면, 과도한 노출과 신체 접촉도 만연하다. ‘19세 미만 시청 금지’ 표시를 하고 일찍 잠드는 착한 아이를 피해 자정시간에나 방송한다는 점이 면죄부라면 면죄부. 지난 8월 인기리에 종영한 XTM의 <몰디브 인 러브>는 출연자들의 야시시한 의상과 야릇한 신체 접촉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 가장 센 수위를 넘나들었던 XTM의 짝짓기 프로그램 <S2>는 한 남성의 선택을 받으려고 다수의 여성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춘다든지 발로 남성의 몸을 더듬는 모습을 방송해, 지난해 6월 '방송 중지' 처분을 받았다.  

시즌을 거듭하는 짝짓기, 어디까지 가려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시즌2를 준비 중인 tvN의 <러브룰렛 연상연하>, 출연자 모집 페이지. ⓒ tvN


이렇듯 짝짓기 프로그램은 케이블 방송에서 물질만능주의와 선정성을 덧입고 다시 ‘시청률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쩌면 이들의 만남이 필연적이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이에 방송위원회도 케이블 방송의 짝짓기 프로그램에 대해 징계로 맞서고 있지만, 각 방송의 짝짓기 프로그램은 상관없다는 듯 오히려 시즌을 거듭하며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모습이다.

케이블 방송에서 본색을 드러낸 짝짓기 프로그램의 모습을 보면, 이젠 어디까지 갈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애틋한 그 시절만큼 그리운 드라마 <사춘기>

c o l u m n 2007/09/13 19:32 posted by 곱씹다

MBC <사춘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 MBC 청소년 성장드라마 <사춘기>의 동민과 친구들. ⓒ MBC 프로덕션


'사춘기'.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기"를 말한다. 갑작스런 변화에 심리적 혼란이 뒤따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부른다. 1990년대 중반,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이 사춘기를 오롯이 담은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MBC 청소년 성장드라마 '<사춘기>'다.

한국판 <케빈은 열두 살>

<사춘기>는 요새 표현대로라면 '시즌'이 있었던 드라마다. 1993년 4월부터 95년 2월까지 1기 '동민(정준 분)의 사춘기'가 방영된 데 이어 95년 3월부터 96년 8월까지 2기 '재경(서재경 분)의 사춘기'가 방영됐다. 동민이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재경이라는 중학생의 사춘기로 이야기가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설처럼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단연 '동민의 <사춘기>(이하 사춘기)'다. 이런 까닭에 '동민'의 <사춘기>를 돌아본다.


<사춘기>는 제목 그대로 사춘기를 맞은 중학생 동민의 이야기. 한국판 <케빈은 열두 살>이라고 볼 수 있다. 주로 자아, 친구관계, 짝사랑, 가족 등과 얽힌 동민의 고민으로 이뤄졌다.

사춘기 시절 누구나 경험할 법한 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헤쳐나가는 동민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낸 것이다. 더욱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동민의 독백은 사춘기 소년의 심리를 섬세하게 전달해 한결 큰 공감을 얻었다. 한 편 한 편이 곧 동민의 일기였던 셈이다.

이런 사춘기는 '청소년' 성장드라마였음에도 당시 고른 연령대의 사랑을 받았다.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보며 고민을 나눴다면, 성인들은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준이 아닌 동민의 <사춘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사춘기>의 '육체미 소동 편' 중 한 장면. ⓒ 영상화면 갈무리


동민 역은 실제 중학생이었던 정준(현재 29살)이 연기했다. 그래서인지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엉뚱한 정준의 연기는 옆집에 사는 중학생 동민이 튀어나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와 닿았고, 그만큼 동민은 많은 이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물론 최근 나온 성장드라마 <반올림>의 '옥림이(고아라 분)'나 <최강! 울엄마>의 '최강(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범한 정준의 외모도 친숙함을 더하는 데 한몫했다.

사실 이 때문에 정준은 <사춘기>의 동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사춘기> 종영 후 출연한 여러 편의 드라마·영화가 인기를 얻었음에도, 정작 정준의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는 아직도 '사춘기'라는 얘기다. 너무나도 사춘기 소년 동민 같았기에 받은 훈장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 외에 '서원'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박성희가 동민의 애틋한 첫사랑 성희 역으로 나왔고, 한때 그룹 야다의 멤버로 활동한 장덕수를 비롯해 이정호, 조명식, 박소정 박인선 등이 동민의 친구로 분했다. 또 체육선생님 역으로 김상중이 출연했던 것도 지금 보면 새롭다.

춘천을 알린 최초의 드라마


<사춘기>의 또 다른 매력은 서울이 아닌 강원도 '춘천'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었다. '춘천 가는 기차'라는 노래처럼, 춘천에 대한 사람들의 낭만과 사춘기 중학생의 순수함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춘기>는 이야기 곳곳에 춘천의 경치를 담아 그 강점을 제대로 살렸다. 그래서 '<사춘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자전거를 탄 채 호수를 끼고 달리는 동민과 친구들의 모습이다.

특히 동민과 친구들이 다니던 아름다운 학교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탁 트인 전경, 나무가 우거진 교정, 넓은 운동장과 잔디밭은 작은 대학캠퍼스를 연상시켰다. 강원사대부중으로 나왔던 이 학교는 실은 중학교가 아닌 고등학교로 춘천 후평3동에 위치한 강원사대부고다.


이처럼 드라마에 대한 동경이 춘천, 그중에서도 강원사대부고로 옮아가 <사춘기>를 추억하고자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사춘기>야말로 <겨울연가>보다 앞서 춘천을 알린 최초의 드라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사춘기>의 무대가 된 강원사대부고. ⓒ 이덕원


대본이 교과서에 실리기도


S# 1 학교 강당

신체검사 날이다. 여기저기 신체검사 하는 모습이 죽 보인다. 키를 재는 아이, 몸무게를 재는 아이……. 담임선생님이 저울 눈금을 읽으면 부반장인 지연은 옆에서 기록을 한다. 저울 앞에 줄 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여학생들은 울상이 되어 동동거리고 있다. 뚱뚱한 수진, 바들바들 떨며 저울 위에 한쪽 발만 살짝 올려놓는다.


담임선생님이 수진에게 똑바로 서라고 말하자, 수진은 마지못해 바로 올라서며 조마조마해한다. 담임선생님, 눈금을 보며 "25!"하고 외치자, 아이들 모두 놀라는데, 다시 담임선생님이 "곱하기 2"를 덧붙인다. 수진, 창피해하며 들어가고 아이들 웃는다. (후략)


<사춘기>는 드라마 대본으로써는 처음으로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1993년 4월 29일 방영한 <사춘기> '육체미 소동 편'의 대본이 2001년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5단원 '삶과 갈등'에 20여 쪽에 걸쳐 실린 것이다.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자 참고자료로 비디오도 감상한다고 하니, 덕분에 <사춘기>는 요즈음 사춘기 소년·소녀들에게도 익숙한 드라마가 됐다.

'육체미 소동 편'은 1994년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렸던 제16회 국제청소년방송제에서 청소년 픽션 부문 3위에 오르기도 한 수작. 남성적인 몸매에 관심을 두게 된 동민이 브래지어로 만든 가짜 가슴 근육을 착용하고 다니다 선생님에게 발각되면서 곤욕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학교 신체검사에 긴장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체중계엔 깃털처럼 오르고 신장계에선 까치발을 드는 여학생들. 가슴둘레가 많이 나오게 하려고 신체검사 전 팔굽혀펴기를 하고 힘껏 숨을 들이마시는 남학생들. <사춘기>는 이렇게 평범한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냈기에 사랑받은 드라마다.

그리운 <사춘기>

어느덧 <사춘기>가 종영한 지도 12년.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사춘기>를 잊지 못한다. 2층 방 창문을 열고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사춘기 소년 동민이 보고 싶은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책으로 나온 <사춘기>. ⓒ 자유시대사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춘기>를 다시 보는 일은 녹록지 않다. 워낙 오래전 드라마다 보니 MBC에도 '다시 보기'는커녕 변변한 자료조차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MBC 프로덕션에서 편당 2∼3만원 정도에 디브이디(DVD)와 비디오를 판매하긴 하지만 동민의 사춘기만 106회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 또한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세월과 함께 늘어져 버린 비디오테이프가 야속하기만 할 따름이다.

또 드라마에 이어 나온 다섯 권의 <사춘기> 소설이 있지만 이미 절판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사람들은 수업자료라 구하기 수월한 '육체미 소동 편'을 비롯해 몇몇 동영상과 인터넷 음원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사춘기> OST 등의 흔적으로 아련한 옛 드라마를 추억한다.


이런 정보와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는 인터넷 커뮤니티 '정준의 사춘기(cafe.daum.net/june94)'와 'MBC 청소년 성장드라마 사춘기(cafe.naver.com/127pp)'가 대표적이다. 이 중 '정준의 사춘기'에는 그 시절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했던 파일도 올라와 있다.


유독 <사춘기>가 그리운 것은 돌이켜 보면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그 시절, 사춘기에 대한 애틋함과 맞물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1. Commented by Favicon of http://hyuk.tistory.com/ BlogIcon 지창 at 2007/09/14 17:11

    이 노래 정말 좋아하는 노랜디

  2. Commented by 설레임 at 2010/05/08 21:32

    사춘기란 드라마 잊혀지지않고 먼가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가슴이 찡하고 아주 기억이좋았던 추억의 드라마같습니다

    나만 이런감정인줄알았는데 여러사람들이 그런느낌이였나봐요
    저도 중학교대 사춘기 감상했었는데

    벌써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어요

    -4대강반대-

  3. Commented by at 2010/07/21 14:05

    비밀댓글입니다

  4.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pandawill.com/computer-laptops-c175/webcam-c177.html BlogIcon pc camera at 2011/10/08 11:30

    이 시스템이 지금 당장 필요하단 말이요! 프로그래머를 열명 투입하면 어떻겠소?프로그래머

그들은 왜 '전차남'을 도왔을까?

c o l u m n 2007/07/19 17:48 posted by 곱씹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2005년 일본의 후지TV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전차남>. ⓒ 후지TV


실화를 바탕으로 해 2005년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궜던 이야기 <전차남(電車男)>. 지난해에는 소설에 이어 드라마와 영화가 국내에 상륙했다.

연애라곤 해본 적 없는 한 남성이 사랑을 시작하면서 '독신남(獨身男)'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게시판에 도움을 청하고, 누리꾼들은 그를 '전차남'이라 부르며 진심 어린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전차남'이 사랑을 만들어가는 내내 '지지집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독신남 게시판'의 누리꾼들.

그런데 정작 그들은 왜 '전차남'을 도왔을까?

"인터넷은 '자원봉사'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차남'을 돕는 누리꾼들의 모습은 '인터넷에서의 이타주의'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만약 오프라인상이었다면, 서로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역시 생면부지인 '전차남'을 도우려고 그토록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패트리샤 월리스는 자신의 저서 <인터넷 심리학>에서 "인터넷 (심리) 공간은 공격성이 많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타성 또한 많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누리꾼들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커뮤니티의 운영자 등으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는데, 이는 "인터넷이 자원봉사의 측면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전차남>에서 '전차남'에게 도움을 주는 '독신남 게시판'도 이름 그대로 '독신남을 위해' 운영자가 만든 공간이다.


인터넷에서 이타 행동이 '도드라지는' 이유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영화 <전차남>에서 '전차남'을 돕는 '독신남 게시판'의 누리꾼들. ⓒ MK픽쳐스


그렇다면, 이렇게 인터넷에서 이타 행동이 '도드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패트리샤 월리스는 이타 행동에는 여러 상황이 영향을 미치는데, 인터넷에서는 '사람의 수'와 '유사성', '익명성' 등 때문에 남을 돕는 행동이 더 잘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① '사람의 수'


먼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같이 있는 사람의 수'를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책임감도 더 커져 남을 도울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같이 있는 사람의 수가 시시각각 변하는데다, '실제' 참여자 또한 명확하지 않아 사람들이 작은 집단에 속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실제로 드라마 <전차남>에서 '독신남 게시판'의 누리꾼 중 '한신 타이거스 광팬'은 갑자기 컴퓨터가 고장 나자 "전차(전차남)는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불안해한다. 같은 맥락에서 같이 있는 사람의 수의 불명확성 때문에 '내가 도와야 한다'고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

② '유사성'


또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더 돕는다고 한다. 특히 인구통계학적 속성이 불분명한 인터넷에서는 태도와 관심이 중요한데,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 만나는 같은 공간만으로도 자신과 유사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전차남>에서 '독신남 게시판'의 누리꾼들이 '전차남'을 적극적으로 돕는 것도 '유사성'에 기인한다. '독신남 게시판'의 누리꾼들은 대부분이 독신남인데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하다. 게다가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에서지만 공통으로 폐쇄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어 누구보다 서로 잘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

③ '익명성'

마지막으로 인터넷의 '익명성'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 문제나 관심사가 있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면대면 관계에서 벗어나 인터넷에서 문제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의 문제를 다루는 지지집단으로 적합하다고 한다.

<전차남>에서 '전차남'도 사랑을 시작하며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폐쇄적인 '오타쿠'의 특성상 주위에 의논할 만한 사람이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그런 그에게 익명성이 보장된 '독신남 게시판'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역시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독신남 게시판'의 누리꾼들이 '전차남'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것도 인터넷의 익명성 덕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리꾼들은 '또 다른 전차남'을 도와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내공(네이버 포인트)'이 안 걸려도 돕는다.(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오늘날의 인터넷은 분명히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와 같다. 인터넷에서 드러나는 사람들 이면의 '공격성'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하나의 얼굴은 이렇듯 이타주의의 모습이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누리꾼들은 인터넷 곳곳에서 '또 다른 전차남'을 돕고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이나 포털사이트의 서비스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말이다.

인터넷 검색기업 구글(Google)의 대표 '에릭 슈미트'는 "인터넷은 처음으로 자기 힘을 실험하는 어린아이와 같다"고 했다. 훗날의 인터넷은 따듯한 얼굴만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 까닭이다.

 

'2005년 일본 최고의 문화상품' <전차남> 

드라마 <전차남>, 종영 후에도 '특별 편' 이어져 여전히 인기


'2005년 일본 최고의 문화상품'. <전차남>에 자주 붙는 수식어다. 소설에 이어 영화와 드라마, 만화, 연극으로 만들어져 하나같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5년에 소설과 영화 모두 밀리언셀러가 됐고, 이후 후지TV에서 방영된 드라마도 매회 평균 20%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차남>은 일본 웹사이트 'Ch2'의 '독신남(獨身男)'이라는 게시판에서 2004년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야기는 '애니메이션·게임 오타쿠(마니아보다 한 분야에 심취해 있는 사람)'인 남성이 우연히 지하철에서 취객으로부터 미모의 여성을 구하고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정작 연애경험이 전무한 그는 '독신남 게시판'에 도움을 청해 누리꾼들에게 용기를 얻고, 결국 사랑을 이룬다는 줄거리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도 케이블.위성TV '온스타일'을 통해 드라마가 방영된 데 이어 영화도 개봉하면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이토 미사키(에르메스 역)와 이토 아츠시(전차남 역) 주연의 드라마 <전차남>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일드(일본드라마) 마니아'의 증가를 촉발시킨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 드라마는 종영 후에도 '특별 편'이 이어져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종영 1년여 만인 지난 9월 특별 편 '최후의 성전'이 방송된 데 이어 마지막 장면을 보면 추가 '특별 편'도 제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패트리샤 월리스의 <인터넷 심리학> 


패트리샤 월리스의 <인터넷 심리학>은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심리를 고찰하는 책이다.


이 책은 2001년 출간돼 이후 급변한 인터넷 환경은 찾아볼 수 없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격 행동 심리', '인터넷에서의 이타주의', '인터넷상에서의 성 정체성' 등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인터넷 심리를 온전히 담고 있다.


실제로 한림대 '인터넷 미디어 전공'의 여러 강좌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메리랜드 대학에 있는 로버트 스미스 경영대학원의 '지식 정보 경영 연구소' 소장이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7년 1월12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1.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pandawill.com/mobile-phone-c1.html BlogIcon china phone at 2011/10/08 11:31

    설계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소?

‘제대로 된’ 남성 포털사이트 없어

c o l u m n 2007/07/18 02:02 posted by 곱씹다

문득 작년 이맘때 기사를 통해 접했던 한 남성 포털사이트가 떠올랐다. 당시 기사는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을 목표고객으로 잡되, 맞춤형 포털서비스를 제공하는 ‘맨인블루(www.maninblue.co.kr)’라는 남성 포털사이트가 곧 문을 연다는 내용이었다.


깜빡 잊고 지냈던 사이 얼마나 제대로 된 남성 포털사이트로 성장했는지 궁금한 마음에 오늘 그 포털사이트에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 보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맨인블루’라는 포털사이트는 도무지 접속이 되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남성 포털사이트 '울프라이프(www.wolflife.com)', 콘텐츠는 직접 보시라. ⓒ 이덕원


사실 예상하고 있던 일이긴 했다. 작년 <인터넷상거래시스템>이라는 전공 강좌에서 남성 포털사이트를 기획하며 느낀 ‘한국사회에서 남성 포털사이트의 성공은 어렵다’는 나름의 견해 때문이다. 더욱이 문을 열기 이전 포부는 커도 뚜껑을 열고 보면 ‘맨인블루’의 콘텐츠도 선배격인 남성 포털사이트 ‘울프라이프(www.wolflife.com)’와 대동소이리라 생각했다.


이곳저곳 다 뒤져봐도 '맨인블루'에 대한 소식을 알 길이 없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아마도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은 것 같다.


‘울프라이프’의 콘텐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모름지기 남성을 목표고객으로 잡은 전문커뮤니티라면 남성들이 진정 원하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울프라이프’는 벤치마킹했어야 할 ‘마이클럽’이나 ‘팟찌’에서 여성 포털사이트로써 여성들의 마음을 읽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는 판이하다.


불과 1년 반 전의 일이지만, 한때 <인터넷상거래시스템>에서 기획한 남성 포털사이트를 문을 열자는 부푼 꿈을 키우기도 했다. 물론 능력 밖의 일이라 판단해 ‘일’을 저지르진 않았다. 더욱이 지금은 더욱 설레는 꿈을 꾸고 있으니, 일을 저지르지 않길 잘한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남성 포털사이트의 ‘부재’는 성공의 어려움이자, 동시에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언론지망생에서 우회해 웹 기획을 공부해보겠다는 친구에게 조만간 부탁 좀 해야겠다. 제대로 된 남성 포털사이트 하나만 만들어달라고.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11월26일 작성.

  1.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pandawill.com/computer-laptops-c175/keyboards-mice-input-c176.html BlogIcon wireless keyboard and mouse at 2011/10/08 11:30

    투입한다면 시스템을

  2.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pandawill.com/computer-laptops-c175/keyboards-mice-input-c176.html BlogIcon wireless keyboard and mouse at 2011/10/08 11:31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