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수다

r e v i e w 2008/09/02 20:43 posted by 곱씹다
언뜻 보면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와 <100분 토론>이 겹쳐진다. ‘라스’의 MC들을 주축으로 <100분 토론>에 나올 법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기 때문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명랑 히어로>(이하 <명히>)는, 예능과 시사를 접목하면서 이처럼 어울리지 않을 성싶은 두 프로그램의 특징을 빌렸다. 그럼에도 막상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느 한 프로그램에 종속되지도 않을뿐더러 두 프로그램을 짬뽕한 데 그치지도 않는다. 외려 <명히>는 두 프로그램의 버름한 사이를 비집고 자못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듯 보인다. 그리고 거기엔 ‘보통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수다’가 있다.


대안은 없어도 ‘풍자’가 있다



<명히>는 한 주간 화제의 뉴스를 뽑아 대한민국을 모니터링하는 시사 토크쇼다. 그러니 굵직굵직한 사회문제가 주제로 오르기도 하지만, 정작 이를 논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닌 예능인이다. “답을 내놓는 프로그램은 절대 아니다. 답을 내놓을 만한 인물도 없다”는 MC 박미선의 말마따나 이 프로그램에 대안을 기대하는 건 애당초 어리석은 짓. <명히>의 목적은 그저 사회적 이슈를 건드려 관심을 환기시키고, 그 속에서 색다른 재미를 뽑아내는 데 있을 뿐이다. 그런 만큼 출연자의 역할이 막중한데, ‘라스’팀을 비롯해 김성주, 박미선, 이경규, 이하늘이라는 MC의 조합은 ‘따로 또 같이’ 맡은 바를 충족한다. ‘라스’팀이 특유의 무리수 개그와 뒷담화로 내용에 재미를 더하고 발언 쟁탈전으로 형식에 파격을 준다면, 나머지 MC들은 주제에 충실한 모범생으로 최후의 보루를 지키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라스’팀의 ‘명랑’한 입담은 역설적으로 암울한 현실과 만나 빛을 발한다. 이를테면 정작 물가 당국이 모르는 대통령의 ‘물가 관리 50개 생필품’ 발언엔 “약간 애드리브였을까?"라는 의문을 품고, 국회에서 조는 국회의원이 많다는 소리엔 “의장이 다니면서 슬리퍼를 벗어서 때리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아닌 게 아니라, <명히>의 색다른 재미는 이런 ‘만담’이 주는 통쾌감이다. 이를 위해 ‘메타포’ 역시 풍자의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김구라의 걸쭉한 비유와 “지난주 한반도는 ‘네모’다”라는 코너가 그런 장치. 이명박 정부 100일은 “100일밖에 안된 애가 고혈압에 당뇨에 관절염(김구라)”이 있는 격으로 비유되고, 미국산 쇠고기 졸속 협상은 얼리버드 때문이라며 “지난주 한반도는 비몽사몽이었다(이하늘)”고 정의되는 식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생활인’의 이야기


무엇보다 <명히>에서 눈에 띄는 건 이런 풍자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다. 요컨대,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여러모로 ‘생활인’의 모습이 뚜렷하다. 사회적 이슈 앞에선 그들도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일반인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 직업으로 녹아들 뿐이다. 덕분에 현학적이지 않은 언어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고, 관망적이지 않은 이야기는 시청자의 생활에 가깝다. 실제로 대학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이하늘은 소속사 동생들의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등골이 휜 당사자고, 광우병 쇠고기 논란에 박미선은 당장 자녀의 급식부터 걱정하는 어머니다. 정치적·계급적·환경적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MC의 구성을 짠 제작진의 의도가 썩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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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서 출연자들은 캐릭터에 따라 대척점에 서기도 하는데, 이때도 생활인의 자장을 벗어나진 않는다. 가령 갑론을박하다가도 상대방의 견해에 일리가 있다 싶으면, 김구라조차 “그런가?” 하고 수긍한다. 하물며 이경규는 뚜렷한 의견을 내놓기보단 중립적인 태도로 “쟤 말도 맞고, 얘 말도 맞다”면서 평행선들을 갈지자로 오간다. 이는 차이가 뭔지를 분명히 드러내야 하는 <100분 토론>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정작 우리 생활 속에선 찾아보기 쉬운 모습이라는 얘기다. 더구나 더러 섞이는 사적인 호칭과 반말, 초기 가정집 세트, 그리고 스스로를 “세상에 태클 거는 ‘모임’”으로 명명하는 것도 ‘생활인의 관계’에 방점을 찍는 대목이다. 


그래서 문제는 콘셉트와 사뭇 다르게 세상사에 관심이 적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 게스트로 나올 때 발생한다. <명히>에서 게스트는 MC들로는 부족한 시각을 벌충하고 기존의 입담 구도에 변화를 주기 위한 존재일 터. 그런데 전자는 ‘새로운 시각’이 드러나지 않고, 후자는 ‘기존의 시각’마저 발휘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또래보다 시사에 관심이 적어 보인 장나라는 ‘라스’에 적합하고, 광우병 쇠고기 논란에 상당수가 발언을 기다린 신해철은 <100분 토론>에 어울린다는 얘기다. 이처럼 <명히>는 시청률이라는 모멘텀이 약해서인지, 새로운 가치를 찾고도 때때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20회에서 난데없이 시도한 핸드헬드(handjeld) 촬영처럼. 

<명히>에 게스트로 출연한 신해철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신해철이라는 배역이 주어진 것”이라며 “사람들이 만든 껍질에 내가 거꾸로 갇혀버려서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되게 많았다”고 토로했다. 과거 연예인들이 시사적인 발언을 불편해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칫 생각이 다른 대중이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일이었을 뿐더러, 대중이 박제한 이미지에 매몰돼 활동의 폭이 좁아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럼 오늘날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명히>의 실험을 보면 답은 아직 ‘현재 진행형’인 것 같다. ‘나와 다르니 틀렸다’며 정색하는 시청자와 이에 움츠려 소신을 숨기는 출연자들. 그럼에도 앞으로 대중은 얼마나 더 유연해지고 연예인은 얼마나 더 솔직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리얼하게 알고 싶은 건, ‘생각’일 테니 말이다.

이덕원

  1.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pandawill.com/video-game-c70/sony-psppspgo-accessories-c74.html BlogIcon psp accessories at 2011/10/08 11:31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를 건네주었다.PM : 다섯명의 프로그래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