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고 했던가. 아니다, 옛말 틀린 것 더러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는 속담도 그중 하나. ‘스님도 셀프 삭발례가 가능한지’, ‘정말 매끄럽게 가능한지’는 <약간 더 위험한 방송>에 맡기고, ‘문맥적 의미’만 봤을 때 그렇다는 게다. 그리고 이를 증명한 드라마가 바로 SBS <온에어> 아니었나 싶다.
처음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만드는 이야기’로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을 때 든 의구심이 ‘제 머리를 잘 깎을 수 있을까’였다. 제작진의 입장에선 자신의 이야기니 타성에 젖을 수 있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언론을 통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이야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모든 건 기우에 불과했다. 먼저 <온에어>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잘 맞춘’ 전문직 드라마였다. 드라마 제작과정 중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고, 시청자들이 흥미로울 만한 이야기만으로 재미를 잘 살렸다는 말이다. 이는 우려와는 달리 타성에 젖지 않고 알맹이만 걸러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은숙 작가가 얼마나 ‘낯설게 하기’에 충실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결국 드라마 촬영장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도 있었지만, 의학계나 법조계 등에 비해 새롭지 않은 연예계로 ‘정통’ 전문직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애초 무모한 짓이었을 터. <하얀거탑>보단 <뉴하트>쪽의 ‘트렌디 드라마’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다. 더욱이 연인시리즈의 김은숙 작가가 아니던가.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전문직 드라마를 만드는 건 순리다.
<온에어>가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건 이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전문직 드라마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특정 전문직의 애로사항에 대한 하소연. 이를테면, 정통 전문직 드라마와 트렌디 드라마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는, ‘기자라는 직업이 이렇게 힘들어’라는 넋두리만 늘어놓으며 10회를 채웠다. 이에 반해, <온 에어>는 틈틈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보여주되 설명하진 않는 젤제미가 돋보였다.
그렇다고 <온에어>가 가벼운 트렌디 드라마로만 흐른 건 결코 아니다. 연예인 성상납, 포르노 비디오 루머, 시청률 과잉경쟁 등 연예계의 문제들을 건드리며 이를 직접 소비하는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은숙 작가가 숨을 불어넣은 캐릭터 오승아는 ‘진짜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아 실감났고, 김은숙 작가의 분신 서영은이 만든 클리셰는 <개그콘서트> ‘달려라 울언니’ 보다 더 웃겼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할 텐가. <온에어>를 보라. 제법 매끄럽게 잘 깍지 않았나.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7년 6월1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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