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의 '첫 만남 성공 전략'

e s s a y 2007/07/05 05:20 posted by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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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인상에서 모든일이 결정된다>. ⓒ 지식의 샘

“‘첫 단추’를 잘 채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 처음이란 그만큼 중요하다. 첫사랑, 첫 키스를 평생 잊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에서 책 찾는 게 익숙하지 않아 헤맸던 적이 있다. 그때 눈앞에 놓인 숨 막힐 듯 많은 책이 “첫인상 몇 초 법칙, 첫인상 몇 초 혁명, 첫인상이 무엇을 좌우한다” 등이었다.

그때까지 첫인상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지, 그래서 그렇게도 관련 도서가 많은지도 모르고 있었다. 애초에 빌리고자 했던 책은 잊어버린 채 냉큼 제목이 그럴 듯한 것을 한 권 골라 빌렸다.

첫인상에 관한 도서들은 대부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위해, 특히 가장 많게는 비즈니스 업무를 위해 나온 책들이었다. 철없던 그 시절 내가 비즈니스를 위해 책을 빌렸을까?

부끄럽게도 나의 목적은 아가씨와의 커뮤니케이션 성공 전략의 일환이었다. 아니, 이제 부끄럽지 않다. 그 시절의 독서는 훗날 비즈니스를 비롯한 대인관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믿기에.


사실 대학 새내기 시절의 나는 그다지 대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겉돌며 방황하던 차에 뭔가 재밌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아가씨와의 만남. 먼저 닥치는 대로 소개팅과 미팅을 했다. 초반까지만 해도 그 횟수를 헤아렸지만 이젠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그때 쓴 소개팅, 미팅 비용이면 근사한 오토바이 한 대는 샀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아가씨가 들어온다. 예쁘다. 늘씬하다. 딱 내 스타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4대 4 미팅. 경쟁자가 많다. 셋이라고 생각하는가? 틀렸다. 경쟁자는 자그마치 여섯이다. 이성과 만나는 모든 상황에서 최악은 내가 맘에 든 아가씨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차단당하는 것이다. 전혀, 절대 마음이 가지 않는 다른 아가씨 때문에 말이다.


이러한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은 아쉽게도 없다. 열심히 기도만 할 수밖에. 다행스럽게도 이 위기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이제 경쟁자는 함께 온 셋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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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인상 5초의 법칙> ⓒ 위즈덤하우스

먼저 A군. 아주 신이 났다. 있는 말 없는 말 다해가며 자리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절대 소외되지 마라. 함께 이야기에 동참한다. 친구가 웃긴 이야기를 하면 맞받아치며 옆에서 지원사격하라. 단 친구처럼 기관총 쏘듯 끊임없이 말하며 개그맨이 돼서는 안 된다.

다음 B군. 넋이 나갔다. 누가 봐도 괜찮은 그녀에게 홀려 감언이설을 줄줄 늘어놓는다. “정말 미인이시네요.”, “누구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듣죠?”, 우리는 결코 클럽 창단식에 온 것이 아니다.

이럴 때 슬슬 그녀의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단, 그녀가 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 같은 말도 계속 들으면 싫은 법, 그녀가 살짝 심통이 날 무렵 그만둬야 한다. 나 역시 고교 시절 어설픈 이론에 치고 빠지질 못해 한 가녀린 아가씨를 울린 기억이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친구들한테까지 화가 미칠 수 있다. 조심 또 조심.

이제 그녀와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은근슬쩍 칭찬을 하라. 절대 B군 같은 칭찬은 금물이다. 그녀라면 익히 들었을 그런 칭찬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것을 찾아라. 대개 미모의 여성에겐 성격을 칭찬하는 것이 좋다. “참 생각이 있는 사람 같다.”,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솔직하다”는 칭찬은 단연 매력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C군. 90년대 “모래시계”의 ‘최민수’를 보는 듯 잔뜩 무게를 잡고 도무지 말을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초특급 꽃미남이 아닌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 초특급꽃미남의 경우 진작 연예계로 데뷔했거나, 여자친구가 있어 확률상 극히 드물다. 우리가 그녀를 만나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테니.

이 소외된 ‘최민수’를 챙길 필요가 있다. 그는 혼자 얼마나 심심하겠는가. 이렇게 C군을 챙기며 그녀에게 성격 좋고 다정다감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고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거양득’이다.


이제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친구들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좋은 형수로 보답하면 되는 것이오, 좋은 형수의 좋은 친구를 소개해주면 되는 것이라 자위한다.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2046>을 보면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실로 그렇다. 앞서 언급한 것들을 시의적절하게 잘 사용한다면 약이요, 오용한다면 독이 될 것이다.


겨울의 문턱, 불현듯 찾아올 아가씨와의 첫 만남에 조금이나마 좋은 약이 돼 따뜻한 나날이 되길 바란다.
 

언젠가부터 ‘아가씨’라는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당장 국어사전을 뒤져보자. ‘아가씨’란 “시집가기 전의 젊은 여성을 대접하여 이르는 말”이라 나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매체를 통해 좋지 않게 쓰인 것에 익숙해져 그런 듯싶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인지라 그대로 썼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이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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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5년 11월19일 작성. 

한림대 인터넷미디어 전공 웹진 '도발(http://masscom.hallym.ac.kr/dovarl/ 
)'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