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고통을 줄여줄 뿐 상처를 아물게 하진 못한다

d i a r y 2007/08/05 23:44 posted by 곱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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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원

 
몇 해 전, 머릿속에 불쑥 주인 모를 번호 하나가 스쳤다. 입에 익은 번호였지만 정작 내 휴대전화엔 없는 번호였다. 한참 동안 머리를 쥐어짠 끝에 나는 간신히 누구를 떠올렸고, 이내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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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번호의 주인은 실제로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열여덟 살 어느 여름날부터는. 그 번호는 내가 함께 간 계곡에서 잃은 친구 ‘땅땅’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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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원


우리는 모처럼 여름방학을 맞아 가까운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었다. 말이 물놀이지 바리바리 싸 간 건 술과 안주 따위였고, 치기 어린 술판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아니나 다를까 뙤약볕이 내리쬐는 바위 위에서 안주는 먹는 둥 마는 둥 마신 술에 하나둘 거나하게 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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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진성


의미 없는 대화가 사뭇 진지하게 이어지고 있는데, 별안간 바위 아래서 풍덩하는 소리가 들렸다. 땅땅이 미끄러져 물에 빠진 것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나와 친구는 연이어 물속으로 몸을 던졌지만, 허우적거리긴 마찬가지였다. 다 같이 죽음의 문턱으로 다다르는 듯했던 그때, 마침 근처에 있던 청년들이 뛰어들어 우리를 뭍으로 건져냈다. 하지만 이미 수면 아래로 자취를 감췄던 땅땅은 다시 숨을 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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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원

 
어느덧 7년여가 흘러  녀석을 배웅한 그곳도 춘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소가 됐다. 나 또한 샛노란 염색머리의 고등학생에서 벌써 머리숱에 고민하는 취업준비생으로 변했다. 그런데 하루키의 소설 속 구절처럼 ‘죽은 자만이 언제나 열여덟’이다. 


ⓒ 이덕원

 
누군가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했다. 다른 이는 가슴 속 한구석에 묻어 두고 살아 가는 거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제 와 확실해진 건 시간도 고통을 줄여줄 뿐 상처를 아물게 하진 못한다는 것이다.


[관련 글] 지음의 부재, 그 '외로움'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7년 6월2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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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를 건네주었다.PM : 다섯명의 프로그래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