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 무섭다 말았네

r e v i e w 2007/07/15 14:28 posted by 곱씹다

안상훈의 <아랑>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7월,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비단 모기만은 아니다. 등골이 오싹하고 온몸에 우툴두툴 소름이 끼치는 공포영화. 공포영화야말로 멀리 나서지 않고도 더위를 잊게 하는 반가운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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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랑> 포스터. ⓒ (주)팝콘필름

올해는 송윤아, 이동욱 주연의 공포영화 <아랑>(안상훈 감독, (주)팝콘필름)이 찌는 듯한 여름의 청량제가 되고자 앞장섰다.


단서

세 건의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라곤 피해자들의 컴퓨터에 열려있는 민정(김해인 분)이라는 소녀의 홈페이지뿐.


피해자들은 서로 친구사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친구인 의사 동민(이종수 분)이 있다.


동민을 비롯해 세 명의 피해자는 10년 전 재수시절 바닷가로 여행을 갔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죽은 정호(전준홍 분)가 그때 마을 청년을 시비 끝에 죽였고, 이 때문에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렀다고 한다. 그런데 정호의 복역기간 동안 나머지 세 명의 친구가 정호의 계좌로 거액의 돈을 넣어준 사실이 밝혀진다.


한편, 유일한 단서인 홈페이지의 주인 민정은 10년 전에 갑자기 실종됐다. 또 정호에 의해 죽은 마을 청년은 민정의 남자친구였음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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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테이프가 결정적 단서다. ⓒ (주)팝콘필름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마지막 기대를 걸고 홈페이지에 있던 소금창고로 가는 길, 우연히 만난 인근 고등학교의 여고생들은 그곳에서 귀신이 나타난다고 한다.


10년 전 사건에는 뭔가 비밀의 냄새가 짙게 나는 가운데, 우연히 정호가 숨겨둔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된다.


비디오테이프 속에는 10년 전 죽은 세 명을 비롯해 동민이 민정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사건의 진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죽은 민정의 남자친구가 이를 저지하려다 죽었다는 것도 드러난다. 이 때문에 동민이 사건의 비밀을 숨기고자 세 친구를 죽인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사를 받던 중 그도 앞서 간 친구들을 따라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데… .


기대이상으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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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장되지 않은 귀신의 모습이 더 무섭다. ⓒ (주)팝콘필름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무서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엉덩이를 내빼고 여유 있게 앉아있다가 이내 차렷 자세로 추켜 앉아야 했다. 한 통의 메일과 함께 차례대로 이어지는 죽음, 과장되지 않은 귀신의 모습은 최근 몇 년 한국공포영화의 식상함에 진절머리가 났던 관객들을 달래기에 충분해 보였다.


처음엔 학교로 우려먹다 휴대전화, 구두를 들쑤시더니 이젠 스팸메일과 홈페이지인가 싶기도 했지만 이 불쑥 찾아온 스팸메일을 통해 초대받은 홈페이지는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궁금증을 가중시킨다.


피해자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쳐가는 과정도 관객들의 추리력을 한껏 발동시켰다. 정직 됐다가 돌아온 여형사 소영(송윤아 분)과 과학수사계에서 강력계로 옮겨온 신참형사 현기(이동욱 분)는 한팀이 돼 사건을 파헤치는데 그 과정에서 깔리는 복선이 스릴을 더한다.


먼저, 자신을 성폭행했던 범인을 잡고자 형사가 소영은 사건을 해결해가며 성폭행당한 민정에게 이입된다. 그리고 현기는 과학수사계 출신답게 독가스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들을 수사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


괜찮은 반전,  그러나 묘미는 살리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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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영(송윤아 분)과 현기(이동욱 분) 모두 오랜 상처를 지니고 있다. ⓒ (주)팝콘필름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며 충격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민정을 성폭행했던 네 명의 남자의 죽음에 대한 궁금증도 뜻밖에 예상치 못한 데서 풀린다.


문제는 영화가 반전 이후 갈 곳을 잃고 만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전까지만 해도 공포로 잘 달려오던 영화는 느닷없이 드라마로 변모한다. 인물의 감정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드라마적 요소가 많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비명을 지르던 관객들은 갑자기 슬퍼진다.


영화는 결국 엉성한 구성을 메우기 위해 무책임한 결말로 표류하고 끝내 반전의 묘미를 살리지 못한다. 영화가 끝나고, 차라리 반전 이후 바로 끝났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7월9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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