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BS <긴급출동SOS>에 도둑질을 밥 먹듯이 하는 열 살 남짓 된 어린아이의 이야기가 나온 것을 봤다. 프로그램의 목적이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인 만큼 제작진을 비롯해 아이의 가족들은 교화를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아이는 도둑질 대신 컴퓨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아이를 그토록 짧은 시간 안에 변화시켰을까. 뻔하다. 아니, 뻔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진리기 때문에.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사랑이다. 아이는 아버지와 누나의 관심과 사랑으로 동네에서 가장 무서운 꼬마에서 천진난만한 열 살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방송을 보고 오롯이 떠오르는 한 편의 영화가 있었다. 올 초 국내에 개봉되기도 했던 장 피에르 다르덴, 뤼크 다르덴 감독의 영화 <더 차일드>. 2005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한 <더 차일드>는 어리고 철없는 남녀가 원하지 않았던 아이를 갖게 되면서 부모가 돼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20살의 브뤼노와 18살의 소냐, 이 둘은 소냐의 연금과 브뤼노가 친구들과 저지르는 도둑질로 겨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소냐는 브뤼노의 아이를 낳는데 이상하게도 브뤼노는 자신의 아이를 보고도 기뻐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무런 느낌조차 없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브뤼노는 소냐가 없는 틈을 타 무책임하게 아이를 팔아치우고 이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소냐는 브뤼노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이에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브뤼노는 아기를 되찾아 오지만, 이 때문에 알선책이었던 폭력배들의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무책임한 브뤼노에게 실망한 소냐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브뤼노는 폭력배들에게 줄 돈을 마련하려고 날치기를 하다가 결국 경찰에 잡히고 만다.
이제 소냐도, 아이도 잃은 채 경찰서에 홀로 남은 브뤼노. 그런데 그런 그에게 소냐가 찾아온다. 여기서 브뤼노는 소냐로부터 아이를 건네받고 처음으로 아버지의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린다. 지켜보던 소냐도 눈물을 터뜨린다. 둘은 서로 끌어안고 펑펑 운다.
이렇게 영화는 끝난다. 배경음악이 없어 예고 없이 시작해서 예고 없이 끝나버린다. 한 시간 남짓 유난히 도로의 차 소리, 내리쬐는 햇볕만이 있을 뿐 영화는 잠시 한 소년 소녀의 삶을 엿본 듯 그렇게 순식간에 막을 내린다.
영화 속에서 브뤼노는 희망이 없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악다구니를 쓴다. 소년의 성장통을 표현한 이 영화는 다르덴 형제 특유의 관찰자적 시선을 통해 실화를 재구성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덕분에 영화 속 브뤼노와 소냐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들의 성장통처럼 때론 아프게 다가오고, 때론 기특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엔딩에서 함께 눈물을 터뜨리는 브뤼노와 소냐는 <더 차일드>의 카피 그대로 ‘아프게 더디게’ 깨달아간다. 그리고 이때 앞서 말한 열 살 남짓 어린아이의 교화처럼 진정 방황의 목적지는 성장임을, 그리고 그 목적지를 안내하는 것은 사랑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준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5년 7월8일 작성.
<야후미디어> 'e세상기자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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