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의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내길…
오늘 병원에서 진료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그런데 유난히 맞은편에 앉은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눈에 띄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와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서로 꼭 잡은 손과 애교 섞인 대화는 다정한 모녀지간이라고 보기에도 각별했다. 그러던 차 다소 엉뚱한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다.
“나 배고파.”
“어머니 좀 전에 빵이랑 과자 잡쉈잖아.”
“안 먹었어. 그냥 다 버렸어.”
“아니야. 아까 잔뜩 잡쉈어.”
순간 내 뇌리를 스친 것이 바로 노인성 치매였다. 할머니가 노인성 치매를 앓으시는 듯싶었다. 노인성 치매란 노화에 따른 뇌의 퇴행성 변화의 결과 나타나는 노년성 정신장애.
할머니는 쉴 새 없이 묻고 또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그런 할머니에게 애교 섞인 말투로 부지런히 대꾸했다. 더욱이 아주머니가 할머니를 살며시 꼬집으며 장난을 걸었고 할머니도 이에 응수했다.
나를 비롯해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틈에서 한 아저씨가 아주머니에게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어머니세요, 시어머니세요?”
“시어머니세요.”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올해로 일흔아홉이세요.”
갑자기 옆에서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대화를 듣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할머니, 저는 한참 어려요.”
“몇 살인데?”
“세 살이요.”
“그래? 그럼 내가 업어줘야겠네.”
“아유. 무거워서 못 업으세요.”
“아니, 아긴데 못 업긴 왜 못 업어.”
할머니의 말에 다시 한 번 주위가 밝아졌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한마디 말이 이어졌다.
“병원에서 가장 좋은 치료가 사랑이라고 하더라고요.”
병원을 나오며 얼마 전 본 영화 <노트북>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노인성 치매에 걸린 부인에게 옛 추억을 말해주며 사랑으로 치료하고자 노력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은 방금 전 병원에서 내가 본 아주머니의 모습과 같았다.
사실상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법이 없다는 노인성치매. 그런 병이 나으려면 모 의약품 광고 내용처럼 기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부디 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의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내기를 기원해 본다.
노인성 치매만큼 환자의 가족들을 슬프게 하는 병도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릴 적 노인성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에 다시 한 번 가슴이 아프더군요.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6월23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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