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평점'이 미디어를 통해 자주 등장했는데 사실 그 시작은 '별'로 매기는 '영화 평점'이었다. 미국에서 별 네 개 만점으로 매기던 영화 평점은 90년대 중반 한국으로 건너오며 지금 별 다섯 개 만점으로 매기는 영화평점으로 전해진 것이다.
이제 영화 평점은 인터넷의 보편화와 함께 그 영향력이 더욱 커져 영화 흥행 여부에 직결되는 요소이기도 다. 그래서 작년에는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네티즌들이 영화 평점을 조작하는 사건마저 있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인터넷 뉴스를 비롯해 TV 방송에서 '평점'이 더욱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박지성, 이영표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있다.
유럽에서는 축구경기가 끝나고 언론사들이 10점 만점으로 선수들의 활약을 평점으로 매기는데 한국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 이영표 선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두 선수의 평점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두 선수가 국민들의 기대 이상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 종종 팀 내에서 돋보이는 높은 평점도 받자 그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이에 국내 언론들은 앞 다퉈 박지성, 이영표 선수의 평점을 전하고 최근 들어서는 방송 뉴스나 인터넷 기사에서 평점을 핵심적으로 보도하기도 한다. 문제는 경기 내용과 두 선수의 활약을 구체적으로 전하기보다 각 언론사의 주관적인 평점에 지나치게 중점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유럽리그에서는 평점이 TV 방송과 인터넷 뉴스에서 부가적으로 언급할 따름인데 말이다.
또 얼마 전부터는 평점을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인터넷일간지에서 하나의 콘텐츠로, TV 방송에서 프로그램 보조 방식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보면 각종 포털사이트와 인터넷일간지에서는 국내 축구전문가가 매기는 평점과 네티즌들이 매기는 평점을 수없이 쏟아진다. 그리고 TV 방송에서는 경기 중 ARS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시청자들이 매기는 평점이 있다.
특히 문제는 TV 방송에서 시청자들이 매기는 평점에 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한국 대표 팀과 앙골라 전에서 보면 경기를 생중계하며 시청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평점을 매기게 했다. 스포츠에서 평점은 경기가 끝나고 출전했던 선수의 활약을 매기는 것인데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보면서 점수를 내라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었다.
도무지 경기 시작 후 딱 지금까지만 잘라 선수들의 컨디션을 평점을 매기라는 것인지, 좋아하는 선수를 고르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보다 다른 선수가 더 높은 평점을 받기도 하여 결과 역시 의도만큼 엉뚱했다.
물론 영화나 프리미어리그나 보지 못한 이들에게 평점은 쉽고 간결하게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 만큼 각종 미디어는 시청자, 네티즌의 억지스러운 참여 유도보다는 좀 더 정확하고 신뢰성이 있는 평점을 제공해야 할 것이며, 결코 심층적인 정보 제공보다 부가적인 평점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눈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서도 '지나친' 평점 매기기가 계속될까 우려된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4월5일 작성.
한림대 인터넷미디어 전공 웹진 '도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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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한숨을 쉬며) 그 경우에는 시스템이 결코 완성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