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 벚꽃처럼, 만개한 삶에서 진정 사랑하라

r e v i e w 2009/02/21 13:30 posted by 곱씹다

순리를 따른다면, 누구도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음을 맞을는지 알 수 없다. 현실에선 영화 <데스노트 - 라스트 네임>의 L처럼 데스노트로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수 없을뿐더러, 영화 <빅 피쉬>의 에드워드 블룸의 판타지처럼 마녀의 눈에서 죽음을 내다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오로지 ‘누구든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 뿐이다. 그럼에도 막상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는 생각에 소중한 것들을 뒤로한 채 현실의 쳇바퀴에 몸을 맡긴다. 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는 그러던 중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에서 비롯하는 로드무비다.

의사에게서 남편 루디(엘마 베퍼)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아내 트루디(한넬로어 엘스너)는, 남편에게 이를 비밀에 부친 채 여행을 제안한다. 그러나 자식들이 살고 있는 베를린을 찾았다가 냉대를 받은 부부는 발트해로 여행지를 옮기고, 여기서 뜻밖에도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편보다 트루디가 먼저 생을 마감하고 만다. 이후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루디는 아내의 꿈이 어린 곳이자 막내아들 칼(맥시밀리언 브럭크너)이 사는 도쿄로 무작정 떠난다.  


사랑의 절대성이라는 이 영화의 주제도 그렇지만 죽음의 불가피성으로 이를 도드라지게 하는 방식 역시 더 이상 참신하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영화는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에 대한 오마주가 지나치다. 자식들에게 냉대받는 노부부의 모습라는 설정이야 그렇다손 쳐도 인용에 가까운 장면은 걸작의 절제된 미덕을 갉아먹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색다른 건, 오로지 소재의 차별화를 꾀한 덕분이다. 전작 <내 남자의 유통기한>에서 이미 일본을 배경으로 한 바 있는 도리스 되리 감독은 이 영화에서 한발 더 나가 일본의 벚꽃과 후지산 그리고 ‘부토(일본 현대무용)’를 소재로 삼는다.    
  
일본은 생전 트루디가 남편에게 ‘후지산과 벚꽃을 함께 보고 싶다’며 줄곧 가보자고 권했던 곳이지만, 루디는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많은 줄만 알았”던 탓에 이를 미뤄왔다. 또 남편의 반대로 마음 한구석에만 간직했던 트루디의 꿈인 ‘부토’의 본고장이 바로 일본이다. 즉, 루디가 일본으로 가는 이유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아쉬움과 아내의 꿈을 빼앗은 미안함 때문이다. 

이렇게 설정한 각각의 소재는 죽음에 대한 은유로 잘 어울리는데, 벚꽃이 “덧없음의 가장 아름다운 상징”이라면 후지산은 영산으로써 종교적 의미를 지니는 공간이다. 나아가서 주로 죽음을 주제로 하는 그림자의 무용인 부토야말로 이 영화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다. 요컨대, 이 영화 후반 루디가 아내를 대신해 추는 부토는 떠나간 자에 대한 남겨진 자의 애달픈 사랑이 오롯이 담겨있다. 마치 산 자와 죽은 자가 생과 사의 경계를 지우고 합일되는 듯한 몸짓에선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결국 “매일 먹는 사과 한 개면 병원 갈일은 없다”던 루디는 시한부로 삶의 마침표를 찍고, 그런 남편을 걱정하던 트루디는 외려 그보다 먼저 세상을 등진다. 홀연히 떠나가고 덩그러니 남겨지는가 하면, 언젠간 뒤좇아 가는 것이다. 이때 생전 트루디의 마음을 읽은 딸의 동성 애인 프란지(나디아 울)와 아내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깨달은 루디, 낯선 루디를 이해한 노숙 소녀 유(이리즈키 아야)와 부모를 잃은 뒤에도 깨닫기는커녕 야멸친 자식들이 이루는 절묘한 대조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온전히 응축하는 장치일 터이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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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ed by 은재 at 2009/02/26 17:49

    아아- 이거 너무 보고 싶은데.... 요즘엔 여유있게 영화를 볼 시간이 없어서 슬프네요..ㅠ

    • Commented by Favicon of http://gobsibda.com BlogIcon 곱씹다 at 2009/03/19 20:05

      영화를 꽤 많이 보시는 것 같던데요? 혹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함을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예요. ^^

  2.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wholesalesgoods.org/Wholesale-ipad-iphone-accessories-for-ipod-nano.. BlogIcon For Ipod Nano at 2011/10/05 10:44

    :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다면 이년이 걸릴 것입니다.PM : 프로그래머를 백명 투입한다면 어떻겠소?프로그래머 :

  3.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pandawill.com/computer-laptops-c175/usb-hubs-c223.html BlogIcon usb hubs at 2011/10/08 11:29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를 건네주었다.PM : 다섯명의 프로그래머를

  4. Commented by Favicon of http://www.pandawill.com/mobile-phone-c1/refurbished-phone-c442.html BlogIcon refurbished phone at 2011/10/08 11:31

    않을 것입니다.